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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조평통 성명>대북정책 전환·오바마 관심끌기 노림수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30일 남북 정치·군사적 합의와 기본합의서 및 부속문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합의 무효를 공식 선언한 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북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한편 오바마 신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평통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남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와 관련한 모든 합의사항들을 무효화한다"며 "또 '북남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협력·교류에 관한 합의서(기본합의서)'와 그 부속합의서에 있는 서해해상 군사경계선에 관한 조항들을 폐기한다"고 천명했다.

조평통은 이같은 조치 천명의 이유로 남측의 대북 군사 훈련 강화, '비핵·개방·3000'정책 고수 및 이 정책 입안자인 현인택 교수 통일부 장관 내정 등을 지적하며 "이제 북남 관계는 더 이상 수습할 방법도, 바로잡을 희망도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평통은 특히 "북남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은 극단에 이르러 불과 불, 철과 철이 맞부딪치게 될 전쟁접경으로까지 왔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남조선 당국에 북남관계에 대한 립장(입장)을 바로 가지도록 시간도 주었고 알아들을만큼 충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즉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이행 의지 천명이나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등 남측 정부에 촉구해 온 것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강도를 높여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비핵·개방·3000 정책의 입안자로 알려진 현인택 교수를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함으로써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자체적인 분석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이번 강경 조치는 또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 전환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남북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7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남 전면 대결 진입을 선언했던 만큼 이명박 정부에 대북 정책 전환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줬음을 강조하면서 실질적인 군사 행동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총참모부 성명은 군부의 입장이었지만 조평통은 우리의 통일부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북측 전체의 의사를 집약한 것"이라며 "실제 액션(행동)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 강한 입장 표명"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임으로써 오바마 미국 신행정부에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하는 전술적 효과를 노린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에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오바마 신행정부의 시선을 붙잡아 두려는 측면이 있다"며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한반도 문제를 우선 순위로 선점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목적인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날 발표를 두고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방북했던 왕자루이 중국 대외연락부장에게 '한반도에 긴장감이 조성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지 채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에 반하는 성명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왕 부장에게 했던 얘기를 미뤄 이번 발표는 김 위원장의 어느 정도 반한다고 할 수 있다"며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