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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슈퍼추경..민생.고용.경기 올인

정부가 24일 확정한 28조9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은 일자리를 지키고 사회안전망을 펼쳐 한계 계층과 기업을 돕는 동시에 꺼져가는 경기의 불씨를 살리자는 것이다.

세계 경기가 회복할 경우 우리 경제의 도약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래에 대비한 투자도 확대했다. 밖으로는 주요국들의 공격적인 재정 확대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다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목표대로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슈퍼 추경에 걸맞게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당장은 '슈퍼'에 대한 반감이 적지않은 국회에서 원안 통과가 가능할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며, 통과되더라도 혈세의 낭비 없이 신속하게 적재적소에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전대미문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1년새 나랏빚이 60조원 가까이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바라보게 되면서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난제와도 맞서야 한다.
 
◇ 민생.일자리 총력전..지출 300조 돌파 

세입보전 11조2천억원, 세출증액 17조7천억원의 슈퍼 추경안에 따라 올해 총지출은 302조3천억원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보다 40조원(15%) 가까이 늘었다.

본예산 대비 증가액을 보면 보건.복지.노동(6조6천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4조6천억원)에 집중됐다. 통일.외교 분야는 유일하게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산업.중기.에너지 분야 지출은 20조8천억원이 되면서 전년(14조7천억원)보다 무려 41.3%나 늘었고 보건.복지.노동도 81조3천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작년(68조8천억원)보다 18.2% 증가했다.

이로써 작년 6월 이후 재정확대 규모는 11월 수정예산에서 10조원, 12월 국회 논의과정에서 증액된 1조4천억원에 이번 추경의 17조7천억원까지 더해 29조1천억원으로 늘어났다. GDP 대비 3.7% 수준이다. 여기에 2012년까지 33조4천억원 규모인 감세까지 추가하면 재정대책 규모는 67조1천억원, GDP대비 7.4%까지 늘어난다.

추경안을 관통하는 화두는 일자리다. 5가지 분야로 구성됐지만 모두 일자리 지향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4대강을 살리는 사업을 통해서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4조원의 유동성을 중소기업에 직간접으로 수혈하는 조치는 기업의 흑자도산을 막아 일자리를 지키고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올해 20만개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정부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최대 사업은 2조원 규모의 저소득층 희망근로프로젝트와 실업급여 1조6천억원의 추가투입이다. 민생과 일자리에 대한 안전망을 넓게 펼친 셈이다.
 
◇ 다목적 추경..플러스 성장 엿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안이 차질없이 집행되면 "1.5%포인트 내외의 성장률 제고와 55만개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기대된다"며 "추경과 함께 규제완화와 민간투자 확대가 추진되면 성장률을 2%포인트 정도 높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인 -2%를 0%로, 일자리도 플러스로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우선 민생을 안정시키고 일자리를 만들며 이를 통해 경기까지 띄워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보겠다는 욕심이 깔려 있다.

정부의 셈법대로라면 2조7천억원을 투입할 경우 직접고용하는 일자리 55만2천개가 생기고, 이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8만개가 된다. 여기에 다른 분야의 투자를 통한 간접 창출 규모 4만~7만개를 더하면 연간 최대 35만개까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일자리 나누기와 지키기로 22만1천명, 교육.훈련으로 32만7천명, 생계지원과 고용촉진으로 38만2천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적시성(Timely), 집중성(Targeted), 한시성(Temporary) 등 이른바 '3T 전략'을 바탕으로 추경예산을 짰다. 적기에 조기 집행이 가능하고 경기회복 및 일자리 창출 지향적이며 한시적인 사업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예컨대 희망근로프로젝트나 근로무능력자 생계구호를 6개월만 운용하고 희망근로 대가의 50%를 유효기간과 사용처를 한정한 소비쿠폰으로 지급하는 것만 봐도 경기부양과 민생안정을 동시에 겨냥한 다목적 추경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이용걸 재정부 2차관은 "세입이 줄었는데도 기존 세출은 줄이지 않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다 했다"며 "슈퍼 추경이라는 말에는 사람마다 시각이 다르겠지만 영향 만큼은 '슈퍼 영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울러 다음 달 서비스 선진화 방안 발표를 포함한 덩어리 규제 완화에도 착수, 경기 부양을 위한 촉매제로 쓸 방침이다. 정부는 추경 이후 경상수지는 애초 목표인 130억 달러 흑자 달성이 무난하다고 봤으며 물가상승률 전망은 2%대 후반을 유지했다.
 
◇ 재정충격도 '슈퍼'..과제 산적

하지만 재정은 28조9천억원을 조달해야 하는 이번 추경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36조9천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는 366조9천억원으로 증가하게 됐고 관리대상수지는 GDP 대비 -5.4%로 지금까지 최악이었던 1999년(-5.1%)보다 나빠질 전망이다.

지방 재정의 악화는 더 심각하다. 경기 침체로 지방세수는 물론 교부세까지 감소하면서 정부가 인수하기로 한 지방채 5조3천억원을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채 시장이 뭉텅이 국채 발행을 소화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국회 통과다. 민주당은 세출증액 기준으로 13조8천억원, 자유선진당은 14조4천억원, 민주노동당은 23조원의 추경안을 각각 내놓으면서 정부안(17조7천억원)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엔 민주당이 날을 세우고 있다.

통화로 임금을 줘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에 반한다는 소비쿠폰제도를 둘러싼 논란도 정리해야 한다. 예산의 조기 집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누수 방지책 마련이다.

이용걸 2차관은 예산실명제와 관련, "기관장이 하루 한 번 더 챙기면 달라질 것"이라며 "실무자 수준을 더 위로 한다든지, 과장이나 국장이 확인하는 더블체크를 한다든지 하는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추경이 제대로 집행되더라도 경기가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세계 경기에 사실상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벌써 2차 추경 얘기가 나온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