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인원(7179명)의 36%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감축을 앞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가 15일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향후 쌍용차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져 가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쉽게 파업에 돌입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는 지난 8일 회생을 위한 몸부림으로 뼈를 깎는 고통의 자구책을 내 놓았다. 총 인원7179명의 무려 36%에 해당하는 2646명의 인력 감축이 골자다.
이에 쌍용차 노조는 9일 긴급 대의원 회의를 열고 13일과 14일 이틀간에 걸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 압도적인 지지율로 가결시켰다.
쌍용차 노조는 전체 조합원 5151명 가운데 5025명이 투표에 참여해 이중 84.0%인 4328명이 쟁의 행위에 찬성했다고 밝히면서 "찬반투표를 통해 강력한 투쟁에 나설 노조원들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압도적인 찬성으로 쟁의행위가 가결된 만큼 총파업을 동원한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통해 인력 감축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사측의 인력감축 방안과 관련, "투쟁 시기가 오면 옥쇄파업보다 더한 전면전 투쟁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해 파란을 예상케 했다.
노조는 15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 본사에서 '투표결과 및 향후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번 사측에 맞서 싸울 것임을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쌍용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실업대란시대에 노동자와 민중을 벼랑으로 내모는 행위"라며 "정리해고 방침을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경우 민주노총과 진보민중진영의 총력을 모아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이미 법정관리 상태에서도 법을 지키지 않고 노조와 성실한 협의 없이 2646명을 해고하겠다는 일방적인 발표는 대화의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며 "'죽이겠다'고 만천하에 선언한 후에 대화를 하자는 것은 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음에의 초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상균 전국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쟁의 찬반투표에 들어가기 전부터 회사가 어렵다는 이야기와 구조조정의 문제점에 대해 누차 경고했다"며 "사측이 노조 의견을 무시하고 정리해고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쌍용차 노조가 쉽게 총파업에 돌입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쌍용차 회생을 위해서 노사간의 화합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하기 때문에 섣불리 파업을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노조 파업시 노사 공멸의 우려↑
쌍용차가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극약 처방을 내놓은 건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이미 경영 컨설팅 등을 의뢰한 삼정KPMG로부터 "기업의 청산가치가 높다"는 통고를 받은 상태다.
이에 삼정KPMG는 "(청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존속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사측에 제출했고 결국 사측은 최후의 수단으로 대대적인 인력 감축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사가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며 대립할 경우 쌍용차에 대한 회계 법인의 평가가 긍정적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쌍용차 실사를 맡고 있는 삼일 회계법인은 다음달 6일 법원에 실사 내용을 제출할 예정이며 22일 제1차 관계인 집회를 열고 이후 존속 또는 청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결국 노사 공멸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노조가 투표 결과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다음달 6일 제출되는 실사 내용이 긍정적일리 만무하다"며 "이는 결국 노조는 물론이고 회사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노조원들도 노조 집행부가 무리하게 강경 노선을 택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화 노선 선택할 수도
익명의 한 노조원은 "현재 집행부가 노조원들을 선동해 어떻게든 정리해고를 막아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꼭 이러한 무력 투쟁만이 유일한 수단이 될 수 밖에 없는 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지만 사측과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편 쌍용차 노조는 14일 금속노조 임금요구안인 월 기본급을 4.9%(8만7709원) 인상하는 방안을 회사에 요구, 위기 불감증에 걸린 듯 하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회생을 위해 인력 감축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집어 든 사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전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부는 지난 14일 열린 제1차 임금교섭에서 대규모 감원계획을 비판하며 "총고용 보장이 우선돼야 경영정상화 관련 노사 협의가 가능하다"는 강경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사측은 "회사의 앞길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임금교섭은 적절치 못하다"며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고용조정 등 정상화 방안에 대한 노사협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노조의 쟁의 행위 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재(15일 오전 11시48분 기준) 쌍용차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4.96% 하락한 16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쌍용차에 대한 위기 의식이 증권가에 확산, 실질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 노조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한발짝 물러나 사측과 대화 노선을 택할 지 혹은 무력 투쟁을 수반한 강경 노선을 고수할 지 향후 노조의 행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