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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로 돌아온 판유걸, “연기가 내 길이죠” ①

1998년 SBS '기쁜 우리 토요일 -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에서 '판-유-걸'이라는 이름과 넘치는 끼만으로 전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판유걸.

지난해 KBS2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엉뚱한 캐릭터 '철이'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최근 종료한 씨네 뮤지컬 '미스타 조'에서 하늘 삐끼 역으로 열연했던 판유걸을 한국재경신문이 만났다.

◇ 씨네 뮤지컬 '미스타 조'로 본격 프로 무대에 서다.

지난달 26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씨네 뮤지컬 '미스타 조'는 2009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뮤지컬.

판유걸이 이번 작품에서 맡은 '하늘 삐끼'는 바람둥이 '조회명'이 진정한 사랑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인도하는 캐릭터로 극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가 하면, 코믹한 행동과 말투로 웃음을 안겨주는 '천사'다.

그동안 대학공연에서 뮤지컬 '그리스', '지하철 1호선' 등으로 무대에 오른 판유걸에게 프로 무대는 이번이 처음.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천사라는 캐릭터가 가장 어려웠어요"라고 바로 답했다.

판유걸은 "천사가 완전히 이해가 되면 저는 인간이 아닌 거겠죠?"라고 너스레를 떨며 "보통 의사나 변호사 같은 역이라면 물어보면 되는데 천사는 어디서 물어볼 수도 없고, 이미지적인 것만 가지고 있다 보니 캐릭터 분석이 좀 어려웠죠"라고 밝혔다.

특히 어려웠던 부분은 '리얼리티' 부분이었다고. 전작인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은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현실적인 부분을 강조했기에 한동안 젖어 있던 그 분위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힘들었다는 고백이다.

그는 "이번 작품은 판타지적인 면이 강했거든요. 천사와 악마, 천국과 악마, 꿈과 현실이 존재하는 연극이라 초반에는 그것에 관해서 연출자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라며 "천사인 제가 굳이 바람둥이를 천국으로 인도하려고 고생하는 것에서부터 막히더라고요. 착한 사람 데려오는 것도 바쁜 마당에 말이죠"라고 웃으며 밝혔다.

이어 "아마추어 무대와 프로 무대는 그런 점이 좀 다른 것 같다"며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었던 학생 무대가 자유스러웠다면 프로는 책임감이 강해야 하니까 연출가님이 의도하는 것이 좀 어려워도 무대에 올라가면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게 부담감이 좀 있었죠"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 드라마와 연극, 둘 다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

1998년 우연한 기회에 데뷔한 이후 3년 정도 방송활동을 하던 판유걸은 학교생활과 군입대로 약 7년 정도의 공백기를 가졌다.

본격적으로 방송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방송됐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었고, 드라마가 끝나고 얼마 있지 않아 뮤지컬 '미스타 조'로 무대에 올랐다.

짧은 시간 동안 드라마와 연극 무대를 한꺼번에 경험한 판유걸은 '어떤 장르가 더 잘 맞는 것 같냐'는 우문에 "둘 다 달라요. 그렇지만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똑같죠"라는 현답을 내놓았다.

판유걸은 "드라마는 일단은 저를 모니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섬세한 연기를 드라마를 통해 배웠어요. 표정과 언어가 연기 대부분을 차지하니까 심리, 내면 연기를 많이 하게 돼요. 움직이지 않으면서 표정만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걸 배웠죠"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연극은 모니터하기는 힘들지만 배우에 초점이 맞춰진 배우 예술이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죠. 라이브라 연출가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배우가 애드립을 하면 끝인 거죠"라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어 "반응이 즉석에서 나오기 때문에 공연마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연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기회가 많죠. 연극에서 많이 배운다는 게 그런 걸 말하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 연기가 바로 내 길, 중학교 때부터 연기자 지망생이었어요.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로 데뷔하면서 예능인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판유걸이 연기자로 돌아온 것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입증된 입담을 버리고 연기를 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질문하자 판유걸은 "원래 방향은 연기자였죠"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판유걸은 "중학교 때도 연극부를 했고, 고등학교에서도 연극을 해왔어요. 학창시절 연극부라는 게 엄청난 것을 알게 해주는 과정은 아니지만요"라며 "예능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그쪽으로 빠지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예능 때문에 연예계 쪽으로 진로를 바꾼 게 아니라 연기자를 하려고 했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은 거죠.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안 보는 경우가 많지만요"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어렸을 때부터 발표하는 것과 무대에서 자신의 행동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이 좋았다는 그는 "다른 꿈을 가진 적은 없어요"라며 "고등학교 때 방송활동을 하면서도 연극부는 꾸준히 했는데, 당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처음 연극을 했죠. 그때 엄석대 역할을 했었는데 전혀 안 어울리죠?"라며 추억을 꺼내놓기도 했다.

코믹한 모습이 대중의 뇌리에 박혀 있다 보니 역할에 한계가 있겠다는 질문을 던지자 판유걸은 "한동안 차분한 역을 맡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하려고 해요"라며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터닝 포인트가 있을 거로 생각하고, 조금씩 조금씩 바꿔나가야 하겠죠"라고 연기에 대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 좋아하는 배우는 임창정.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시더라고요.

그동안 판유걸은 각종 인터뷰에서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을 좋아한다고 밝혀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배우로서 저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 더 존경스럽다"고 입을 열었다.

판유걸은 "사실 임창정 선배님이 가벼운 캐릭터를 많이 하셨잖아요. 그런데 단 한 장면으로도 단지 '웃긴 캐릭터'에 깊이를 더하거든요"라며 "영화 '비트'에서 십칠대 일로 싸웠다고 말하던 사람이 칼을 들고서 절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순간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하더라고요"라고 인상깊었던 장면을 소개했다.

이어 "사실은 배우로서 편견을 느낄 수 있는 분이죠. 저도 그런 편이고요"라며 "그럼에도 가볍기만 하지는 않잖아요? '저런 식으로 연기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모티브로 삼는 분이다 보니 자주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나중엔 저런 모습이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배우로서 욕심이죠"라고 롤모델에 대해서 즐거운 듯이 전했다.

판유걸은 뮤지컬이 막을 내린 지금 "일단은 끊이지 않고 일을 하고 싶다"며 "감각을 잃지 않고 연기자로 여러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판유걸이라서 주목하는 것보다 '이제 보니 쟤가 판유걸이네?!'라는 반응이 좋아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제 연기에서 뭔가 발견할 수 있기에 기억하고, 판유걸이라는 이름에서 또 놀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게. 그렇게 저를 알려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