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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수준의 향상과 고령화 사회 도래로 인해 로봇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로봇 관련 영화가 꾸준히 상영되면서 로봇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다. 지난달 킨텍스에서 개최된 신성장동력박람회에서도 로봇 전시관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끌며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보였다. 정부도 올해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지원대상에 로봇응용을 선정해 100억 원을 지원하는 등 로봇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조영훈<사진> 본부장은 한국재경신문과 인터뷰에서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가 우리나라를 로봇 강국으로 이끌 수 있다”며 “문화적인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본부장과 일문일답. [편집자주]
#전세계 로봇산업에서 우리나라 로봇산업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2007년 기준 세계 5위권 수준이다. 제조용 로봇의 경우 세계시장 점유현황은 일본이 26.6%로 1위, 미국이 21%로 2위를 차지했으며, 독일이 16.2%로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점유율 5.7%를 나타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07년 로봇시장 규모는 81.26억불로 추산된다. 제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58.9억불 정도며, 서비스용 로봇은 22.32억불로 추산된다. 전문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연평균 59.3%의 큰 성장을 보였다.
한국은 작년에 국회에서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로봇법이 통과됐고, 현재 2013년까지 로봇 3대 강국을 목표로 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국내 로봇 역사는 1978년 현대자동차의 다점용접로봇 도입으로 산업용로봇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IMF를 거치면서 산업용로봇에서 지능형로봇으로 로봇산업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는다.
지능형로봇은 1999년도쯤 일본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출현을 전후하여 우리도 퍼스널 로봇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청소기 로봇이며, 축구 로봇 시스템과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 로봇이라고 부르는 토이 형태 로봇, 교육용 교구재로봇도 출현했다. 이후 2003년도 즈음 돼서 네트워크 로봇이 구현되어 날씨, 게임, 성경, 불경 읽기 등의 컨텐츠 제공이 가능해졌다.
#외국과 우리나라 로봇의 차이가 있다면.
미국은 항공산업에 관심이 많아 우리가 생각하는 2족보행 로봇외도 화성탐사용에 사용되는 4족•6족•8족 로봇도 있다. 원천기술력은 세계 최고다. 이외 국방로봇, 우주탐사, 의료 및 재활 등 전문 서비스용 로봇분야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달리 군사강국회에 대한 주변국가의 견제로 군사형 로봇 쪽 보다는 휴머노이드용 로봇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일본은 이미 고령화 시대 접어들어 실버 로봇산업도 번창하고 있다. 독거용 로봇, 치료용 로봇, 수년 전에 나온 물개로봇 ‘파로’가 대표적이다.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것이 놀라워 주변을 살펴보면 동물을 형상화한 로봇도 많다. 물개를 형상화한 '파로'라는 로봇은 쓰담아 주면 반응을 보인다.
#한국에는 어떠한 로봇이 있는가.
밖에서는 한국을 컨슈머 로봇 쪽이 강한 나라라고 말한다. 그 누구도 열어보지 않은 시장을 도전하는 나라다. 네트워크 로봇, 청소기 로봇 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로봇을 많이 만들고 시도했다.
우리는 또한 네트웤 로봇도 시도를 많이 했다. 로봇 안에 컨텐츠를 담아서 다양한 것을 구현할 수 있다. 네트웤 로봇 시도를 많이 하는 것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이며, 서버에 로봇구현기능을 옮겨서 로봇의 기능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아직 한국 시장은 다른 로봇 강국에 비해 작은 편이다. 그러나 기술 성장은 빨라서 과거 5년 동안 2.1년 기술력이 단축됐으며, 부품 국산화는 40%정도이다.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여러 가지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연구계는 원천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원천기술이라고 할 때 무엇을 위한 원천기술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원천을 위한 원천기술인지, 상업화를 위한 원천기술인지 말이다. 연구계에서는 장기적으로 5-10년 정도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계는 핵심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외국의 사례로 미국을 보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상용화를 전제로 연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초기술 확보를 위한 원천기술로 보인다. 둘 다 필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우리는 부존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나라라는 것이다. 기술을 개발할 때 응용 기술 중심으로 연구를 했기 때문에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을 것이다. 화학이라든지 물리학 등 기초기술을 개발했다면 오래 걸렸을 것이다.
#인간을 닮은 로봇(인공지능로봇)을 만드는 이유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인간을 닮지 않는 그림은 다 악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로봇에도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해 표현했다.
사실 로봇의 자외선 센서는 앞과 뒤를 다 볼 수 있으며, 로봇 팔을 두 개 달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인간과 친화적인 모습을 갖추기 위해 인간과 비슷한 로봇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서빙 로봇이 팔이 두 개여야 할 필요가 있는가. 굳이 그런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 서빙 로봇이 팔이 두 개인 것은 인간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로봇산업이 발전하면 인간에게 유익한 면이 있지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실제로 로봇 강국들 사이에서 인간을 해치는 로봇이 나왔다. 현실화 된다면 먼 미래의 이야기겠지만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로봇과의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 텐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봇이 인간을 충분히 해칠 수 있다. 이것은 원격조종으로나 가능한 얘기다. 지금은 로봇이 자의적으로 인간을 해칠 수 없다. 지능이 진화를 해야 가능한 얘기인데
영화 아이로봇에서 베티라는 전체를 조종했던 로봇이 있다. 사람의 모습을 띠는 로봇이 아니라 로봇을 원격 조종하는 로봇이다.
하지만 영화가 현실화될 것을 감안하여 사회학자들이 기술 개발 아노미 현상에 관심을 보였으면 한다. 기술 개발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부분은 따지지 않는다. 사회학자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원자폭탄을 만든 사람도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부분을 생각하지 않았다.
과학기술자들은 기술 개발을 끊임없이 추구할 것이다. 앞으로 이런 윤리적인 부분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이고, 자기 스스로의 정체성을 갖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성장 동력 산업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디인가?
우리 나라는 세계최초로 로봇 법을 만든 나라다. 새로운 문화로 변화할 수 있는 국민성을 가진 나라다. 신성장 동력 산업에서 전정부와 현정부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분야가 로봇이다.
미래 산업 중 현정부에서 로봇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나머지 분야는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어 그만큼 로봇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큰 것으로 보인다.
#감성로봇, 강아지 로봇이 인기가 있는지. 로봇 축구 어떠한가.
인간과 대화하는 로봇으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강아지 로봇은 꼬리를 흔들면서 춤도 추고 물구나무 서기도 하고 감정도 표현한다. 굉장히 반응이 좋다.
로봇축구는 로봇들이 자의적으로 움직이면서 축구 경기를 펼친다. 로봇 스스로 움직이는 만큼 기술력이 좋을수록 경기를 잘 펼친다. 현재 로봇팀들이 많이 있고, 매년 세계 로봇축구대회가 열리는 등 인기가 좋다.
#우리나라가 로봇 강국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로봇은 네트웤 로봇, 교통 분야와 연관된 로봇, 농수산 산업과 관련된 로봇, 군사 로봇, 의료 로봇 등 타산업과 융합하는 형태로 개발되고 발전할 것이다. 과거 IT가 정보화를 통해 성장한 것처럼 로봇산업도 그런 식으로 산업이 확장되리라 생각된다.
로봇을 볼 때 좀 사고가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왜 청소형 로봇이 동그래야 하나. 공간 가장자리를 잘 청소하기 위해서 육각형 로봇이면 안돼는가.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것 같다.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세계 강국이 되지 못한다.
우리가 만드는 로봇이 남을 따라가는 답습식이 된다면 로봇강국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비교적 상상력이 풍부한 젊은 사람들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 사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예전에는 루브르 박물관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직접 찾아가야 했지만, 지금은 눈깜짝할 사이에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굳이 가지 않아도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실시간 문화권 안에 있다. 그런 문화적인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우리는 직접 체험하며 살고 있다.
PC는 고정체이고 로봇은 이동체이다. PC에 인터넷을 연결되면서 삶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처럼 로봇은 또 다른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변화는 로봇에서 출발하지만 개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이에 여러 가지 문화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면 우리나라도 로봇 강국이 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