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미국 대법원 역사상 처음으로 히스패닉계 대법관이 탄생했다.
미국 연방 상원은 6일 소니아 소토마요르(55)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8, 반대 31표로 가결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소토마요르는 이로써 200년이 넘는 미 대법원 역사에 여성으로서는 3번째, 히스패닉 출신으론 처음으로 대법관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는 항소법원 판사 시절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시 백인 소방관들이 시 당국의 소수인종 우대제도 때문에 승진에서 탈락했다며 제기한 '역차별' 소송에 대해 시 당국의 결정이 옳다는 판결을 내리는 등 소수 인종권익 보호에 적극적 입장을 보여왔다.
또한 무기 소지권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한 판결로 의회 인준기간 내내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보수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민주당 진영 60명의 의원 가운데 암투병 중인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소속 의원 40명 가운데 9명도 총기 소유지지자 등 보수 공화당 지지자들의 집요한 반대 공작에도 불구하고 찬성표에 합류했다. 미국 내 두 번째 다수인종으로 성장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상원이 인준안을 가결한 데 대해 "더욱 완벽한 국가로 전진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을 부순 쾌거"라고 평가하며, "오늘은 미국 국민들에게 있어서 '굉장한 날'이다"라며 환영했다.
소토마요르는 8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대법관이 되며, 연방대법원의 새 회기가 시작되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그가 대법원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대법원 역사에서 111번째 대법관이 된다. 여성으로서 대법관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로, 1981년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이 최초의 여성 대법관에 임명된 이후 1993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두번째 대법원에 입성했다.
한편, 소토마요르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뉴욕 브롱스 빈민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공장 노동자였던 아버지를 9살때 여의고, 간호사였던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에 힘입어 공부에 매진, 명문 프린스턴대에 진학해 최우등생으로 졸업했다.
이후 예일대 로스쿨에서는 학회지 편집장을 맡은바 있고, 졸업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소토마요르는 뉴욕 지방검찰청과 로펌 등에서 일하다가 1991년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뉴욕 지방법원 판사로 지명 받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