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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학가요제, 표절논란 공식 입장 밝혀 “왜 재범이 생각났을까?”

MBC '대학가요제'의 박현호 PD가 수상 직후 논란이 된 '이대나온여자'(이화여자대학교 오예리, 서아현)의 '군계무학' 표절 논란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박현호 PD는 지난 27일 오전 4시, '대학가요제' 공식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작성해 심정을 대신했다.

그는 "올해 참가한 13팀의 엔트리들의 음악 수준이 모두 뛰어났다"는 칭찬으로 입을 연 뒤, "'대학가요제' 공연 이튿날인 26일 기자들로부터 이대나온여자 '군계무학'의 표절 논란 소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박PD는 "'군계무학'의 표절논란에 2PM의 재범이 생각났다"며 "그 친구에게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참 인터넷과 (일부분이긴 하지만) 기자들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이런 저런 사실들이 있다더라'하고 선동을 하니까 그게 얼마나 남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배려도 없이 너도나도 따라가기 바빴던거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네이버 메인에 올라가기 위해 수백 건의 기사가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카피들을 쏟아내니까 마치 그게 대한민국 사람들 전체의 의견인양 호도되고 결국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버린 것이다. 누군가를 해하기 위한 악의적인 글들을 왜 냉정한 판단 없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재생산해야 하는지, 만일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건지, 그리고 그게 만일 자기 일이라면 그렇게 민망하게 기사를 쓸 수 있는 건지…"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하니 가관이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었다. 재범이 사건 잠잠해지고 나서 잠시 찌그러져 있더니 이네들이 다시 흥미로운 먹잇감을 찾았나 보다. 나름 반성하는 빛을 보이더니 또다시 완장 찬 사람들이 활개를 치며 마녀사냥이 한창이더라. 결국 실소가 터졌다"고 덧붙였다.

박PD는 이번 대학가요제 심사와 관련해 "13팀의 엔트리들을 뽑기 위해서는 3차의 예심을 거친다. 수 백곡 중에는 실제로 누군가의 노래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어서 탈락된 경우도 여러 곡 있었다"며 "그 과정에는 가수, 작곡가들을 비롯해서 TV, 라디오, 편성 등 제작관련 각 부문의 피디들이 폭넓게 참여했다, 그리고 두 번의 쇼케이스를 통해 3~4백 명의 관객들이 미리 13곡을 듣고 몇몇 분들은 블로그에 글을 올려 평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또 박PD는 "코드가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 코드의 인트로 조합이 얼마나 나올 수 있는지 수학적으로 계산을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일부 코드 순서만 같다고 표절 운운한다면 통기타 하나로 연주한 옛날 포크 송들이나 들으면 솔직히 다 리듬이 비슷한 힙합이나 레게는 상당수가 다 표절일 것이다. 어떤 이는 리쌍의 곡에 대상곡을 얹으면 그냥 노래할 수 있다고도 하더라. 그럼 BPM이 같으면 다 표절이라는 이야기인가? 직업적인 작곡가들이 무슨 러시아나 핀란드 같은 그런 먼나라 곡들을 몰래 카피한 것도 아니고 누가 들어도 아는 리쌍의 노래를 표절해서 그 친구들이 무슨 이득을 얻었을까?"라며 표절 시비를 반박했다.

이번 음악적인 성과를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내가 들어보니 노래가 다른 곡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는 누구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주목받는 신곡이 나오기만 하면 누구 노래 카피라는 무책임한 단정이 인터넷을 통해 난무했던 시기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한 뒤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의 입장이라면 남 잘되는 것을 시기해 억지스러운 한 두 가지의 말꼬리를 잡아 뭔가를 자꾸 끌어내리기 보다 그네들의 음악적 성과들을 다각도로 조명해주고 평가해주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박PD는 "삶에 대한 진지함은 그 진지함으로 평가받고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절대 싸구려 사료가 되어 안주접시에 올라서는 안될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지만 곡을 만드는 작업도 수많은 수정과 자기 검증을 통해 만들어지는 성과물이다. 그 과정은 그렇게 통속적이지 않고, 적어도 제가 아는 대한민국 뮤지션들은 자신의 성과물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작업한다. 이번에 함께한 13팀의 엔트리들도 비록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그 정도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작업했다. 저는 그런 성과물들이 대중들에게 진심을 통해 소비되길 원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 천박함의 폐해는 온전히 그 수용자의 몫일 것이다"고 했다.

한편, 이대나온여자는 개성없는 사회를 빗댄 노래 '군계무학'으로 대상과 특별상의 영예를 안았지만 수상 직후 네티즌 사이에서 리쌍의 '광대'와 MBC 드라마 '소울메이트' 삽입곡인 누벨 바그의 'This is not a love song'과 흡사하다며 표절 논란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