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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연 3.00%로 0.25%p 인하…'경기·성장' 고려

한국은행이 28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3.00%로 인하했다.

지난달 11일 금통위는 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p 낮추며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불안에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물가 하락 등 국내 경기 상황 등이 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물가·금리 상승 기대 등을 업고 뛰기 시작해 지난 13일 장중 1,410원 선을 넘어 2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최근의 환율은 1390~141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환율 번동성이 완화됐다고 판단한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 출범 리스크(위험) 등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눈높이를 각 2.2%, 1.9%로 각 0.2%p 낮춰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금통위는 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라도 살려야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인하 당시만 해도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통화 완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하지만 10월 금통위 회의 이후 한 달 보름 사이 3분기 경제성장률 충격, 트럼프 재선 등 한국 통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사건들이 잇따랐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뒷걸음(전분기대비 -0.2%)친 것으로 확인되자, 정부와 한은은 1분기 '깜짝 성장'(1.3%)의 기저 효과라며 3분기 반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3분기 성장률은 0.1%에 그쳐 한은 전망치(0.5%)를 크게 밑돌았다.

미약한 내수 회복세를 메워온 수출마저 0.4% 감소한 사실이 큰 충격이었다.

이창용 총재
[연합뉴스 제공]

게다가 이달 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소식도 한국 경제와 금융에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내년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실행되면 수출 증가세 둔화, 달러 강세-원화 약세, 원화 절하(가치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은 이런 경제 환경 변화를 반영해 내년 성장률을 1%대까지 낮췄고,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민간 소비·투자가 살아나고 자영업자·취약계층의 형편도 나아진다는 정부와 여당 등의 주장에 호응했다.

한편, 금리 인하로 인해 1400원대에서 횡보를 보이는 환율이 들썩일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4.50∼4.75%)과 금리 차이가 1.50%p에서 1.75%p에서 다시 벌어졌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