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이 개통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주변 지역 아파트들의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당초 한강 이남을 동서로 관통하면서 여의도와 강남 등 주요 업무지역을 연결해 ‘황금노선’으로 불리며 주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상과 달리 집값 상승이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6일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지하철 9호선이 개통한 지난 7월 24일 이후 인근 지역 5개구 아파트들의 평균 매매가 변동률이 최근 2개월간 전세가격은 2.40% 상승했으나 매매가격은 0.97%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가 상승폭이 매매가의 2배가 훨씬 넘은 셈이다.
개별 지역별로도 전세가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을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뚜렷했다. 9호선주변의 5개구 모두 전세 오름세가 더 컸다. 강서구는 매매가격이 1.25% 상승하는 동안 전세가격이 4.83%나 상승해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고 양천구는 전세가격이 2.95% 오른 반면 매매가는 0.93% 상승해 전세가 오름폭의 1/3 수준에 머물렀다. 영등포구 역시 전세가격이 1.86% 올라 매매가격 상승률(1.02%)을 앞섰고, 서초구도 전세가 상승률(1.83%)이 매매가 상승률(1.42%)보다 높았다.
실제로 올 들어 시세가 변화한 추이를 봐도 매매가와 전세가의 대조적인 행보가 확연히 드러난다. 연초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나란히 하락세에서 출발했지만 당시 내림폭은 전세가격이 더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후 매물 품귀 현상 속에 전세가격은 나날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오름세가 확대된 반면, 2분기 들어서야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돌아선 매매가격은 3분기 들어서자 상승세가 오히려 주춤한 양상이다.
개별 단지별로 보면, 강서구 등촌동 주공5단지 79㎡(24평)의 경우 지난 7월 개통 이후 두달 동안에만 전세가는 1억3250만~1억5250만원으로 15.09%나 상승한 반면, 매매가격은 3억750만원에서 3억1500만원으로 2.44% 오르는 데 그쳤다. 심지어 강서구 염창동 강변한솔솔파크 105㎡(32평)는 현재까지 전세가격이 2억500만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올라 상승률이 7.32%에 달했지만 매매가격은 되려 500만원 가량 소폭 하락했다.
이어 영등포구 당산동 강변삼성래미안(3차) 79㎡(24평) 역시 전세가격은 4% 상승한 데 반해 매매가격은 0.60% 떨어졌다. 또 9호선 개통 시점에 맞춰 새로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112㎡(34평T1) 역시 전세 호가가 6억원까지 육박하며 13.50%의 상승률을 보였지만 매매가격 상승률은 3.70%로 저조했다. 동작구 흑석동 한강현대 105㎡(32평)도 현재 전세가격이 2억2500만원으로 2개월만에 2500만원이나 뛰어 12.5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매 시세는 500만원 오르며 0.83% 상승률에 머물렀다.
◆ 경기침체·재료 선반영에 ‘매매 주춤’ vs 교통 좋아 수요 꾸준 ‘전세 각광’
이처럼 지하철 개통이라는 큰 호재에도 불구하고 인근 수혜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전세 오름세에 비해 뒤쳐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실물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면서 교통 개선의 재료보다는 대외경제여건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개발 계획의 발표와 착공, 완공 시점의 단계별로 상승하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이미 노선이 발표되고 2001년말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지난 몇 년간 호재에 대한 기대감과 미래가치가 지속적으로 가격에 선반영된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실수요자 위주로 이루어지는 전세시장은 교통 개선의 효과가 가시화된 점이 오히려 긍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남권과 여의도권 등의 접근이 편리해지면서 업무지구 배후지역으로써도 가치가 상승했다. 이로써 직주근접성을 고려한 직장인이나 신혼부부 수요가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매물이 귀해지면서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졌다.
◆ 9호선 역세권 집값 추가 상승 가능성은?
강서구나 영등포구, 동작구 등은 그간 최대 취약점으로 꼽혔던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되는 만큼 9호선 개통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입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그러나 9호선의 개별 재료를 통한 추가 상승여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계획 발표 시점부터 최근 개통 시점에 이르기까지 기대감이 가격에 상당수 반영돼 있는 데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었다는 인식 속에 비교적 저가인 매물들은 대부분 소진되면서 시세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한강변 재건축 또는 뉴타운∙재개발 등 개별 재료들이 뚜렷한 지역들에 한해서 국지적인 오름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들은 반드시 실 거주를 감안한 매입 또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잠재적인 개발 재료가 있는 곳으로 한정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근의 가파른 전세가격 상승세가 추후 매매가격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 거주 수요를 반영하는 전세가 상승이 지속된다면 그에 맞는 매매가 현실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9호선 주변 지역은 강남권 등 주요 업무지역들과의 연계성이 좋은 곳이기 때문에 꾸준한 수요 유입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실제 거주를 염두에 둔 수요자들이라면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역세권 단지는 경기 불황에도 꾸준한 수요로 인해 하락폭이 적고, 활황기에는 상승 탄력성이 좋은 것이 장점이다. 특히 이들 지역 주변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신규 분양 물량의 경우 한강 조망의 희소가치와 역세권의 프리미엄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