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1,5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
스키점프, 매일 7~8시간 연습해 밤마다 골반, 허리 통증 호소
어느 배역이든지 어울리는 ‘적재적소의 배우’되고파
007 본드걸’로 변신해 세계를 뒤흔든 ‘피겨 퀸’ 김연아의 경기종목은 ‘비인기 종목’이었다. 그리고 국내 영화계를 흔든 인기작 ‘국가대표’ 소재인 스키점프 종목도 그러하다. 김연아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듯이 이 영화는 관객들을 찾아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며 한국영화 6위라는 성공적인 흥행기록 순위를 달성했다. 이 안에는 7개월간의 긴 여정을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로 살았었던 배우들의 진심 어린 연기가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배우들 중에 개성 있는 비주얼을 자랑하는 최재환은 “정말 운동선수같이 생겨서 뽑힌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을 법하다. 하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영화 ‘국가대표’의 마재복 역할을 꿰차기 위해 1,5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속이 꽉 찬 실력파이다.
7여 년의 연기생활이 지났음에도 ‘신인’ 딱지를 떼지 못했던 그는 올해 최. 재. 환이라는 이름 석 자를 만천하에 알리는 행운을 얻었다. 800만이 훌쩍 넘는 영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희망을 선사한 최재환은 “영화 ‘국가대표’는 사실 제 이야기에요"라고 강조했다.
영화 촬영은 이미 끝났지만, 아직도 순수 열혈청년 ‘마재복’의 모습이 역력한 그를 최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호쾌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배우의 삶에 사활은 건 최재환이 어떤한 사람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이에 그가 추구 하는 연기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재환은 필모그래피가 뛰어난 배우다. 지금까지 총 22편의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하정우, 권상우, 조인성 등 내노라는 톱스타들과 대면했다. 하지만 주로 조연의 자리에서 활약한 최재환은 안타깝게도 ‘국가대표’가 흥행하기 이전까지는 자신의 얼굴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극히 소수였다고.
그러던 최재환이 이 작품을 통해 당당히 첫 주연 자리를 거머쥐며, 영화 속 국가대표 선수들이 ‘꿈은 이루어진다’고 믿었던 모습처럼 역전 인생의 주인공이 됐다. 최근에는 그토록 가고자 했던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참석을 했다. 당시 최재환은 환호하는 관객들 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이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관객들은 최재환이 극 중에서 아버지(이한위 분)의 기에 눌려 매사에 겁 많고 소심하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는 모습에 반했다. 특히 여성 팬들은 최근 실시한 ‘영화 국가대표 명대사?’라는 설문조사에서 최재환이 남긴 “저 벌써 신고 했어요. 혼인신고!”를 명대사 2위로 꼽으며 최재환을 ‘순정남’의 대열에 합류시키기도 했다.
영화 속 ‘순정남’의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최재환은 큰 풍랑이 일어 쓰러진다 해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집념의 사나이다.
배우의 꿈을 위해 무작정 30만 원만 들고 상경한 최재환은 연기에 대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지금껏 달려왔다. 또한 그 안에는 항상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언제나 연기를 하고 나면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라고 말하는 그는 정말 대단한 욕심쟁이다.
최재환은 단역이라도 배역이 주어지면, 4단계 캐릭터분석 그래프를 만들어 심도 있게 분석하며 극적 상황을 그려본다고. 이렇게 쉼 없이 도전하는 모습은 마치 불굴의 의지로 대회에 출전하는 실제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 모습과 무척 닮아 보인다.
“아무리 단역이라고 해도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하면 내가 그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배역을 차지한 느낌이에요. 카메라에 많이 비쳐지고 안 비쳐지고를 떠나서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 종목인 스키점프. 실제 국가대표 선수들은 5명밖에 되지 않지만 그 열정만큼은 타국 선수보다 뛰어나 대회마다 메달을 획득하고 돌아온다. 이러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열정에 반해서일까 최재환은 요즘 스키점프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정말 매력적인 운동이에요. 스키와는 달리 에지를 무시하고 오로지 속도감을 100% 중요시하는 스키점프는 공중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대단해요. 스릴을 느끼기에 충분하죠. 친한 스키점프 선수가 조만간 해외에서 대회를 출전하는 데 저도 쉴 겸, 함께 가서 선수들 사이에서 배워 보려고요. 15미터가 가장 낮은 높이의 점프인데요. 15미터 성공하면 30미터 점프까지 도전해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하하)
최재환은 영화 ‘국가대표’를 통해 대중들의 인기와 스키점프라는 특별한 취미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운이 좋아서 오디션에 합격한 것 같아요”라고 멋쩍은 웃음을 보인 최재환은 ‘국가대표’에 캐스팅된 것에 대해 남다른 마음을 표현했다.
“‘국가대표’ 김용화 감독님은 내 연기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신 분이시죠. 예전부터 ‘오! 브라더스’나 ‘미녀는 괴로워’ 등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많이 자극을 받았거든요. ‘미녀는 괴로워’를 보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포스터에 써진 감독님의 성함을 눈여겨봤죠. ‘이 감독님과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어서, 이번 영화 캐스팅은 무엇보다 기쁜 일이에요”
“게다가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촬영하면서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어요. 무주는 정말 할 일이 없거든요. 선수들이랑 내기하면서도 놀기도 하고, 뱀이 나타나면 장난도 치고요. 또 함께 출연한 (하)정우 형은 장난이 굉장히 심한데 사람들을 아우르는 포스하며,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예요. 무주에서 같이 합숙하던 정우 형, (김)지석 형, (김)동욱이랑 맥주를 먹으며 수다 떠는데, 남자들이 이렇게 말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이성 이야기나 고민 상담 등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나눴죠. 7개월 이상을 정말 재미있게 보낸 것 같아요. 하지만 무주 훈련을 다시 하라고 하면 악몽일 거예요”
실제 국가대표 스키점프들과 함께 맹훈련을 받았던 최재환과 동료들은 밤마다 골반부터 종아리까지 끊어질 듯한 통증에 항상 불편한 잠자리를 청해야 했다고 한다.
“전 스노보드만 타다가 처음 스키를 배웠는데, 무게중심을 잡기가 곤욕이었어요. 초반에는 오전, 오후 프로그램 연습을 매일같이 7~8시간을 하는데 밤마다 골반, 허리 통증에 다리까지 퉁퉁 부어서 베개를 높이 쌓아 올려놓은 곳에 발을 올리고 겨우 잠들었어요”
또한 최근에 최재환은 영화 ‘청담보살’에 카메오 출연제의를 받아서 갔는데, 임창정을 만나고 무척 기뻤다고 한다.
“임창정 선배님은 저의 변함없는 롤모델이시거든요. 제가 촬영한 모습을 보시더니 ‘너 정말 (연기)재미있게 한다. 연기 잘하네!”라고 칭찬해주시는데 굉장히 감사하더라고요“
최재환은 자신이 추구하는 연기자의 모습을 관객들이 공감하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연기, 삶에 녹아있는 연기를 하는 연기자라고 한다.
“어느 분이 그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넌 웃고 있어도 우는 모습을 연기로 표현하며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배우다. 어느 배역이든지 어색하지 않고 것 같다’라고. 전 한 가지에 매이지 않는 종잡을 수 없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내 안에 다양한 모습을 소화해 내고 싶어요”
의미 있는 영화에 참여하고 싶어 이번 ‘국가대표’도 꼭 출연하고 싶었던 최재환은 내년 하반기 군대에 가기 전에 작품성 있는 독립영화 출연을 해보고 싶단다.
“독립영화에도 관심이 커요. 인기나 대중성보다는 작품성을 많이 추구하니까요. 또 독립영화 작업을 하면서 미래의 충무로 감독들과 주역들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귀한 자리이니만큼 군대를 가기 전에 꼭 하고 떠나려고요” (사진=홍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