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수정씨(29세․가명)는 TV예능프로그램의 '복불복 게임'을 흉내내 술자리에서 간장과 고추냉이를 듬북섞은 벌주를 마셨다가 낭패를 겪었다.
예능프로그램에서라면 아무리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더라도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은 단지 재미를 줄 뿐인 것으로 방송에 내보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1박 2일' , '이경규의 복불복 쇼', '청춘예찬', '개그콘서트', '패밀리가 떴다', '무한도전', '무한걸스' 등 공중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채널에서 음식이 주는 고통(?)을 이용해 웃음을 만들고 있다.
실제 '이경규의 복불복 쇼'는 사단법인 밝은 청소년 지원센터가 지난 7월 13일부터 8월 9일까지 4주간 청소년 시청률이 높은 지상파·케이블 방송 오락 프로그램 41개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에서 '최고의 폭력적인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바 있다. 보고서에서는 "지렁이 수프 먹기 등의 벌칙을 주는데 출연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할 뿐 아니라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요즘에는 예능프로그램의 모티브 자체를 따라하는 것이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운 불닭 양념으로 범벅된 고기를 먹고 참지 못하면 한 겨울 밤 영하의 온도에서 텐트를 치고 밖에서 자야할 상황이라면, 먹어야 하지 않을까.
부천한의원 노영범 원장(복치의학회 회장)은 “예능프로그램에서처럼 무분별하게 자극적인 음식끼리 섞거나 과용해서 복용했을 경우 급하게 마시거나 제대로 씹지 않고 먹을 경우가 많아 위에서의 소화능력을 방해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장운동 및 분비 등의 기능 장애로 인해 노폐물과 가스가 뱃속에 차서 더부룩하거나 복통을 느끼는 증상인 '식적'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노 원장은 또 "장독소를 몰아내고 위장의 막혀있는 부분을 뚫고 복통을 해결하기 위해 인삼에서 가장 쓴 부분인 3년 근의 가장 아래쪽을 약재로 쓴다"며 "약독을 통해 '식적' 같은 병독을 몰아내고 몸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진정한 '보약'의 개념일 뿐, 아무리 귀한 음식도 몸 상태를 고려치 않고 무분별하게 먹는 것은 오히려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소화 기능이나 배변활동이 원활하지 못해 불편함을 경험했다면 자극성이 강한 음식은 될수록 피해야 한다. 고추냉이, 레몬, 식초와 같이 특정 맛으로 자극성이 강한 음식을 단시간에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되면 과도하게 분비된 위산으로 위염이나 위궤양을 초래할 수 있다.
예로부터 사람의 건강과 질병을 좌우하는 가장 큰 근원은 음식이라고 했다. 음식을 먹고 병에 걸리고 음식으로 치료도 할 수 있으며, 잘 먹으면 약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되는 것이 음식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음식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도 문제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서 음식을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것도 수위조절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가뜩이나 신종플루가 국가 재난사태를 초래하고 ‘면역력’이 화두가 되는 시점에서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모티브들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