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엔고 달갑지 않은 상가시장’

3-4년 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엔화대출의 후유증이 거세다.

엔화대출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와 엔저 현상으로 관심이 쏠렸던 상품이다. 그러나 이후 세계 금융위기가 불어닥치고 엔고와 금리상승이 겹치면서 엔화대출자의 고통이 시작되었다.

대출 당시 1~2%대에 불과하던 대출이자는 현재 6~8%에 이른다. 대출이자만 졸지에 수 배가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다. 엔고의 영향으로 엄청난 환차손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3-4년 전 엔-원 환율은 보통 100엔에 800원 정도였다. 그러다 금융위기 직후 1500원을 넘나들다가 현재는 13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환율이 100엔에 800원일때 5000만엔을 빌렸다면 당시 조달금액은 4억원이지만 1300원으로 환율이 올라가면 원리금으로만 6억 5천만원을 갚아야 한다. 앉은 자리에서 환차손으로만 최초 원리금의 50% 이상 날리게 된 것이다.

미국이 달러 약세를 이용해 경제침체를 극복해나가려는 동안 일본이 세계공조를 외치며 엔고를 용인하고 있는 흐름으로 볼 때 엔-원 환율이 역동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엔화대출은 ‘독이 든 사과’로 통한다.

엔화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주로 의사, 약사 등의 전문직이 많았다. 이는 엔화대출에 제약조건이 있었기 때문인데 기업과 전문직 종사자, 신용이 우수한 자영업자 등의 시설자금 투자에 한정적으로 대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엔화대출이 수월해 수년 전 부러움을 샀던 이들이 수렁에 빠진 셈이다.

상가시장에서도 엔고현상은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의 상업건물 상층부는 클리닉인 경우가 많은데 엔화대출 사태 이후 상가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치열해진 병의원간 경쟁상황에 엔화대출이 불을 지른 셈이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8년도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은 병의원이 2,061곳에 달했다.

상가뉴스레이다의 선종필 대표는 “병의원의 메디컬 업종이 수요가 안정적이면서 고도의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이때문에 엔화대출 등을 끌어당겨 개원을 했다가 고생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엔-원 환율이 단시간 내 낮아지는 것을 기대하기 힘든만큼 보수적이고 전략적인 개원자금조달계획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