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美-日 후텐마 이전 갈등 최고조

미국과 일본이 오키나와현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를 두고 대치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일본이 양국간 진행해온 각료급 협의 중단 선언에 따라 갈등이 크게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무장관은 8일 후텐마 문제를 논의해온 미일 각료급 협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텐마 문제와 관련,“연립정권 우선론, 결론 유보론, 새로운 이전 후보지 물색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정부 방침이 정리되면 각료급 협의가 아예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후텐마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으면 미일동맹 강화 방안도 논의하고 싶지 않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미국측이 지난달 양국 정상이 합의했던 내년 50주년을 맞은 '미일안보조약 개정'을 위한 동맹관계 심화 회의를 일방적으로 연기하겠다고 통보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보인다.

미국은 이뿐아니라 최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주요국 정상과 전화외교를 하면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제외하는 등 대화의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코펜하겐 유엔 기후회의에서의 미일 정상회담도 불확실한 상황이 됐다.

이렇듯 미일간 갈등이 증폭된 배경에는 후텐마 기지 이전에 관한 기존의 미일 정부 합의를 뒤집으려는 하토야마 내각의 처신과 이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후텐마 문제 결정 시기에 대해 당초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년으로 늦추려던 방침에서 연내 결론 쪽으로 선회했지만, 내용에서는 미.일 정부 간 기존 합의 이행보다는 "다양한 대안 검토"에 무게를 두는 등 갈피를 잡지못하면서 양국 간 대립이 더욱 커지게  됐다.

또한 ‘이전 후보지’ 선정과 관련해선 양국이 기존에 합의한 오키나와 현 나고(名護) 시 헤노코(邊野古)에 있는 슈워브 기지로 이전 이외에 △오키나와 현 외 또는 일본 국외 이전 △오키나와 가데나(嘉手納) 기지로의 통합 △제3의 후보지 물색 등을 놓고 오락가락해 미국의 불신을 더 크게 만들었다.이에 참다못한 일본 언론들도 매서운 비판에 나설 정도다.

미국은 지난 2006년 합의한 후텐마 기지 이전 약속을 일본이 지키지 않으면 양국 동맹 관계는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후텐마 문제가 본토 병력을 포함한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전체적인 재편과 연결돼 있어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가 4일 “이대로 가면 미일관계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지일파인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장관도 8일 도쿄 심포지엄에서 “미일동맹이 백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일본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궁지에 몰린 하토야마 총리는 9일 “12월이 됐으니 미국에 협상 재료로서 주장할 (정부의) 방침을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이 발언이 이전 후보지를 조만간 최종 결정하겠다는 뜻인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후텐마 기지를 둘러싼 이런 갈등은 대등한 미일 관계를 확립하기 위해 치러야 할 어쩔수 없는 과정이란 평가도 있지만, 아직 일본의 여론은 미일 관계 악화에 따른 후유증을 더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