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2009 10대뉴스 ⑨>SSM 분쟁, 해결 방안은?

2005년 272개에 불과했던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 Market)의 점포수는 지난 7월 594개로 급증하는 등 2.2배가 늘었다. 이러한 계속적인 증가는 SSM 출점지역내 중소상인과의 갈등으로 확산돼 올 한 해 동안 유통산업계의 핫이슈가 됐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롯데슈퍼·GS수퍼마켓·이마트 에브리데이·킴스클럽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SSM은 '경쟁촉진을 위한 가격 인하' '서비스 제고를 통한 소비자후생 증진' '지역상권활성화' 등의 자유경쟁 시장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며, 중소상인측은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선택권의 축소', '전통시장·소규모 골목상권 붕괴위기', '지역경제 황폐화', '생존권 문제' 등 상반된 의견으로 마찰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6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단체 23곳이 가입된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공동회장 김경배 수퍼(연) 회장, 전국상인연합회 최극렬 회장)의 공식 출범으로 상인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집결되며 SSM 출점에 더욱 강하게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이에 정부가 나서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자 소상인들에 대한 물질·교육적 지원 및 대기업과 중소상인들 간에 자율조정을 통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듯싶다. 중기청은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소매업'에 대한 사업조정 권한을 지난 8월 시·도지사에게 위임했지만, 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지 않아 실제 지방자치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개점 일시정지 권고' 등으로 미미한 상황이다.

◆ SSM 사업조정 쉽지 않아
23일 중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제기된 95건(120건 접수 중 반련된 것 제외)의 SSM 사업조정 신청 가운데 중기청이 내부적으로 정한 자율조정 기간(120일)을 넘긴 사례가 42%(40건)로 나타났으며, 자체 타결된 사례는 13.7%(13건)에 그쳤다. 나머지도 자율조정 기간을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청은 이들 사례 중 자율조정 실패를 공식 선언한 곳은 없지만 상당수가 지방자치 내 관련기관에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치단체에서도 해결이 되지 않을시 최종 심사기관인 중기청 사업조정심의회의 처분을 받게 된다.

사업조정심의회는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명백한 것으로 인정되면 대기업에게 최장 6년까지 해당 분야의 진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조치는 해당 기업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법적 명령이다.

그러나 정부는 1961년 사업조정제가 도입된 이후 대기업의 신사업 진출을 강제적으로 막은 적이 없고, 합의를 유도해 문제를 해결했기에 이번 갈등도 합의를 도출해내는 묘안을 내어놓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중기청측은 "자율조정기간 120일은 권고의 차원이지 법적 의무는 아니다"며 "슈퍼마켓은 지역 경제와 시민들의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에, 시간을 충분히 두고 SSM 갈등을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기업 내 분쟁은 몇 년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고 밝혔다.

◆ 사업조정된 사례들
13건의 자체타결된 곳들의 합의된 주요사항은 영업시간 단축, 영업장 면적유지, 홍보전단 배포자제, 필요인력 현지에서 우선채용, 지역 내 복지시설 지원활동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점포는 SSM의 머리글자를 한글발음으로 옮긴 '상생마트', '서로서로마트'로 불리고 있으며, 공생을 뜻하는 'SymbioSis Mart'로 통하기도 한다.

그동안 협상타결을 위해 시·도에서는 사업일시 정지권고 이후 5~6차례의 당사자 의견조율과 4~5차례의 사전조정협의회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여 왔고 대·중소유통업체 당사자 간에도 서로를 이해하는 상생방안을 논의하게 됨에 따라 자율조정을 통한 협상타결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협상 타결된 합의 내용은 대체로, 영업시간을 22시까지 단축, 현 영업장 면적을 유지, 연간 수시로 하는 홍보전단지 배포를 자제하고 명절 등 일부 기간에만 하도록 하는 등 전단지를 통한 홍보활동을 일부 제한, 무료배달 서비스 중지, SSM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현지에서 우선채용, 판매상품의 현지 조달 확대, 지역 내 복지시설 지원활동 등으로 일부 SSM의 영업활동을 제한하고, 중소유통업체(중소 수퍼 등)와의 협력 내용도 포함돼 있다.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쉽지 않은 지역상인과의 상생의 길
대형마트 중에 가장 빠르게 SSM을 늘리는데 성공해 전국에 158개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운영중인 삼성데스코는 지역 상인과의 갈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옥련점의 개장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중기청에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 단체 소속 상인들은 점포 주변에서 천막농성까지 벌여왔다. 이에 홈플러스는 옥련동 점포 개장을 보류했으며, 충북 청주에서는 홈플러스의 24시간 영업을 시작해 지역 상인들의 반감을 산 바 있다. 청주시 재래시장 상인 150여 명과 슈퍼마켓 상인 50명 등 모두 200여 명이 홈플러스의 24시간 영업에 반발해 청주세무서에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하고 나선 것.

삼성데스코는 올해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공격적으로 출점하려고 했으나, 지역상인들의 계속적인 반발에 막혔다. 이에 지역소상인과의 상생을 위한 신개념의 슈퍼마켓 '홈플러스 상생프랜차이즈' 모델을 발표했으나 이에 대한 반응이 분분하다.

홈플러스 측은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는 등 상인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그 정도 규모의 슈퍼마켓을 하려면 적어도 2억이 들기에 초기투자금이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가맹점주 투자부담 최소화를 위해 홈플러스에서 지원하는 폭이 클 것이며 폐업 시 투자비 대부분 반환해 리스크 최소화할 것이다. 1호점 출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잡히지 않았으나, 올해 말 아니면 내년 초에 출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대형마트 및 SSM 비상대책위 신근식 위원장은 "합법적으로 SSM을 오픈하는 수법으로, 눈감고 아옹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특히 프랜차이즈를 해본 경험이 있는 상인일수록 삼성데스코에 불만이 많다. 정부에도 반대의 뜻을 확실히 밝혔다"고 단호하게 언급했다.

신 위원장은 "데스코의 본사가 있는 영국도 데스코의 독점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사회문제가 됐는데, 한국에서도 공격적으로 점포수를 늘려나가 국내시장을 독식하려고 한다"고 지적하며 "소상공인을 배려하고자 한다며 우리도 문을 닫을 필요가 없는데, 대형마트 중 가장 비협조적으로 나오기에 삼성의 모든 제품 불매운동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근식 위원장은 "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한국 내 대형마트는 200개면 충분하다고 이미 600개가 들어섰다. 포화상태인 대형마트에서 이익이 안 나왔다고 또 만든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입은 아주 심각한 경제환경파괴다"고 덧붙였다.

8개의 SSM 분쟁 중 7개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개점과 관련한 인천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대기업과 지역 소상공인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한 인천시 관계자는 "소상공인은 생존권이 걸려 있는데, 대기업이 동네 상권까지 들어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대기업과 영세 슈퍼마켓은 경쟁이 안되는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일시정지권고뿐이라 안타깝다"며 "어른과 애들의 싸움에서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오게 해야 하는데,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물론 홈플러스 측도 '지역상인들과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협의를 도출해 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정부의 방침을 따를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닫혀진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더 많은 양보나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대형마트 정부규제 제도화 안되면 여전히 근린상권 문제 될 것

이러한 갈등 때문인지 내년 대형마트에 대한 전문가들의 쓴 소리가 많다. 김성영 신세계 이마트 상무는 대한상의에서 개최한 2010 유통전망 세미나에서 “경기침체로 소비 양극화 심화, 소량구매·근거리 소비패턴 등이 확산되면서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내년 대형마트 매출액을 3.1% 성장한 31조9천억원 규모로 전망했다.

김 상무는 "내년 한 해 대형마트는 출점부지 포화, 관련 규제 등으로 성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경쟁력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또한 원종문 남서울대 교수는 “SSM은 소형점포 뿐 아니라 대형마트의 구매력을 근린상권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갖는다”며 대형마트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아울러 “내년에도 정부규제가 제도화되지 않는 한 근린상권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형마트가 성장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마트의 기본인 '확실한 저가정책'으로 되돌아가고, 해외시장에서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소상공업계, 국회에 SSM 관련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 합의문 제출 
한편,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와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지난 21일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 정장선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노영민 지식경제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차례로 방문해, 지난 12월 16일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가 긴급총회를 개최하고 결의한 'SSM 관련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중소유통업계 요구안'을 전달하고 반드시 금년 내에 동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협조를 부탁했다.

그 동안 대기업 SSM의 급속한 확산과 동네 골목상권 진출에 따른 소상공인 및 영세 자영업자의 애로가 심화되면서 대중소유통업간 상생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현재 국회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법안 등 SSM 규제를 위한 관련 법안이 19건이나 발의돼 심의 중에 있다.

그러나 최근 국회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여야 및 지식경제부의 입장차이로 심의가 보류되고 수차에 걸쳐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와 소상공인단체간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중 주요 쟁점사항에 대해 협의를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금년 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조속한 법안 마련 촉구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업계가 중소유통업계 단일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하게 됐다.

중소유통업계 요구안은 그동안 중소유통업계에서 일관되고 강력하게 주장해 온 '허가제 도입'은 철회를 하되 허가제에 준하는 '강화된 등록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대체안의 연내통과를 촉구하는 것으로 주요내용은‘대규모 점포 및 SSM 개설과 관련, 강화된 등록제 도입’을 골자로 했다. 강화된 등록제는 △상점가 등을 포함한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부터 500m이상~1000m이내 범위에서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 제한 △개설 등록에 필요한 입지조건 등 등록기준 강화 △조례에 의한 영업시간 및 의무휴무일 지정 등을 포함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당론이 허가제이므로 내부절차를 거쳐 중소유통업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밝혔으며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중소유통업계에서 합의안을 조율해 제출한 만큼 의견을 존중하고 당정이 협의하여 연내에 동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