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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환율 시장에 맡기면 안돼”

강만수 국가경쟁력위원회 위원장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환율을 시장에 맡겨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3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가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춘포럼에서 "지난해 우리 경제의 투자와 소비를 견인한 것은 환율이었다"며 "올해도 환율이 우리경제의 가장 큰 복병이다.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 기아차의 해외 법인장들이 '지금 환율이 유지되면 국산 부품들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벤츠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 말하며 환율의 추가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환율주권론'을 강하게 피력했다. 강 위원장은 "다른 어느 나라도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나라는 없다"라며 "만약 시장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하는 사람은 카지노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자"라고 강조했다.

우리경제가 펀더멘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투기거래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방치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외환거래의 80~90%가 경상수지와 상관없는 투기적 거래에서 일어난다"며 "한국 역외외환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이며, 한국 옵션거래 규모는 전 세계의 68%를 차지한다"고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강 위원장은 기업들의 경우 올해 환율이 큰 복병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현재 상황을 낙관하기 보다는 재투자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강 위원장은 출구전략과 관련,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출구전략을 펼치면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획일적인 출구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기업이 현금이 많아 은행이 기업 돈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렸을 때 누가 타격을 받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이 문제가 되면 부동산 대출을 조이는 등의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펴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 그는 "5% 성장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작년의 낮은 성장률로 인한 기저효과를 배제시킨 정상적인 수준에서는 2% 내외에 불과하다"며 "숫자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융개혁에 대해서 강 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토빈세 등 단기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 논의를 시작했다"며 "G20에서 어떤 형태로든 규제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