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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록스타로 돌아온 ‘모차르트’, 천재음악가의 운명과 갈등 담아내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가 레게머리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록스타로 돌아왔다. 199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세계 초연을 한 이래 독일, 스웨덴, 일본, 헝가리에서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모차르트!>가 1월 2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 것.

뮤지컬 <모차르트!>는 그 시대가 소화하기에는 너무나도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지닌, 자유로운 영혼의 한 청년 모차르트와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질투하는 후견인 콜로레도 대주교, 아내 콘스탄체 등과의 갈등과 사랑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 자유로운 천재 “무례하다 불려도 괜찮아”

뮤지컬 <모차르트!>는 중세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의상과 배경이 화려하게 재현된다. 크게 부풀어있는 레이디의 드레스, 프릴이 잔뜩 달린 소매, 화려하고 엄숙한 느낌의 정장, 그리고 무엇보다 크고 과장된 가발들. 하지만 청년 모차르트는 레게머리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등장한다. 주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그 의상에서부터 모차르트가 시대를 앞서나가는, 또는 주변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인물임이 드러낸다. 또한 그가 부르는 음악은 강렬한 록, 자유로운 재즈 등으로 ‘평범한’ 중세 음악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모차르트의 특성은 그의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신분제가 엄격했던 당시에 극 중 모차르트는 “내 영혼은 귀족들보다 더 고귀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이러한 모습이 지금의 우리가 볼때는 친숙할지 몰라도 당시에는 반항기와 무례함의 표시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 레오폴트는 항상 "너의 음악은 너무 어려워"라고 앞서가는 아들의 천재성을 꾸짖는다.

하지만 작품 자체에서도 신분제에 대한 조소가 담긴 듯하다. 엄숙해 보이는 콜로레도 대주교라고 해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설사’에 힘겨워하는 인물로 그려지며 관객들에게 한바탕 웃음을 선사한다.

◆ 하늘이 내려준 재능의 대변자 ‘꼬마 아마데’

<모차르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꼬마아이의 정체를 궁금하게 여길 것이다. 청년이 된 모차르트 옆에는 항상 흰 가발과 붉은 코트를 입은 꼬마아이가 펜과 잉크를 담은 상자를 들고 졸졸 좇아다닌다.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 모습을 한 이 아이의 이름은 아마데(모차르트의 어린시절 애칭)로, 그의 순진무구한 천재성을 상징한다. ‘하늘에서 내려 준 재능’을 나타내는 이 아이는 뮤지컬의 첫 장면에서 피아노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왔다가, 모차르트가 죽은 뒤 다시 피아노와 함께 하늘로 올라간다. 마치 이 세상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모두 다 했다는 듯이.

모차르트의 모습을 ‘천재성’ 아마데와 ‘자유로운 영혼’ 볼프강(극중 모차르트라는 이름보다 이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으로 분리함으로써 뮤지컬 <모차르트!>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과 천재성의 갈등을 드러낸다. 자신의 천재성을 사랑하면서도 그 알 수 없는 운명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볼프강은 때때로 아마데의 팔을 붙잡고 경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아랑곳없이 아마데는 냉정하게, 끊임없이 곡을 써 내려간다. 볼프강이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힘겨워할 때에도, 아내 콘스탄체와 싸움을 할 때에도 아마데는 자신의 악보에 음표를 그려 넣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볼프강이 콜로레도와 결별을 선언하고 빈으로 떠나기를 결심하는 장면에서 아마데가 그의 팔에 펜을 꽂아 넣는 장면이다. 그의 피로 작곡을 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프강의 육신과 영혼을 오로지 음악에 사용하겠다는 아마데의 강렬한 의지(?)가 엿보인다. 냉정한 아마데는 죽음을 앞두고 침대에 힘없이 늘어진 볼프강에게 피를 뽑아내려고 하다가 피가 나오지 않자 그의 심장을 찌른다. 그것이 볼프강을 죽이고, 자신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할지라도 곡을 쓰는 것이 그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 ‘30여개의 화려한 신’, 조금은 산만한 느낌

오스트리아의 한 언론은 뮤지컬 <모차르트>에 대해 “뮤지컬 이상의 작품이다. 진지하고 비극적이며 복잡하다”고 평가했다. 모차르트의 흥망성쇠를 다룬 이 작품이 30여개의 다채로운 신으로 그의 삶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차르트의 주변 인물들은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 인간의 양면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다. 레오폴트는 모차르트와의 가장 많은 갈등을 빚는 반면,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지닌 인물이다. 아들에게 구속처럼 느껴지는 중세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그는 교회에서 모차르트의 삶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권력자에게 머리 숙일줄 아는 인물이다. 콜로레도 대주교는 모차르트를 자신보다 낮은 존재로 업신여기면서도 은근히 그의 음악에 감탄해마지 않는다. 연인 콘스탄체 또한 모차르트의 모든 면을 받아들이는 사랑스러운 여인이지만, 자신에게 상처만 주는 모차르트에게 실망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간다’는 방탕한 여인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비극적이라는 평가답게 시대와 운명, 그를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그렇기에 일반 뮤지컬의 2배가 넘는 신을 사용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장면 장면마다 뚝뚝 끊어지며 산만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 모차르트의 천재성, 모차르트의 반항기, 시대를 앞서가는 인물, 한 여자를 사랑하는 평범한 청년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만든 신일지는 몰라도, 핵심이 되는 하이라이트 부분이 미약했다는 인상이다. 이는 작품 자체의 약점일 수도 있고, 공연 초반의 미숙함일 수도 있어 좀 더 세련된 연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록과 재즈, 그리고 클래식한 느낌이 나는 음악 등 다양한 음악의 향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각 음악의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따라서 시대와 어긋난 자유로운 영혼 모차르트의 모습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주변 인물들과의 차별성이 떨어졌다고 생각된다. 배우는 뮤지컬 창법에서 벗어나고, 오케스트라는 각 장르의 느낌을 살려준다면 관객들의 귀가 한층 더 즐거울 것이다.

◆ 조연과 앙상블의 합창,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어

앙상블의 합창은 이 작품의 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모차르트의 후원자 발트슈테템 남작부인(신영숙)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우아한 목소리로 ‘황금별’을 부를 때는 누구라도 그녀의 설득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나 난넬(배해선)은 청아하면서도 여린 목소리로 모차르트의 행복을 빌어주고,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없는 아픔을 이야기하는 ‘끝나지 않는 음악 있을까’를 부르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아내 콘스탄체(정선아)가 부르는 ‘난 예술가의 아내라’는 무대가 끝난 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그녀의 달콤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목소리는 모차르트의 아내로서의 상처와 파티를 즐기는 방탕한 면모를 동시에 드러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