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원, 남경읍, 남경주, 원기준,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연극 '레인맨'을 위해 한자리에 뭉쳤다.
'레인맨'은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의 열연으로 화제를 낳은 80년대 후반 할리우드 동명의 영화를 연극화한 것.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 레이몬드(박상원, 남경읍 더블)와 돈에 목숨 건 동생 찰리(원기준, 남경주 더블)가 오랫동안 못 보고 지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재산상속 문제로 재회, 찰리가 형의 300만 달러를 노리고 형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서로 간 점차 형제애를 느끼면서 바뀌어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일 오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인 기자간담회에서 남경읍은 "더블 캐스팅으로 각자 연기 주안점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은 어떻게 하라는 텍스트가 이미 있다. 그러나 굳이 내가 연기하는 레이몬드의 주안점을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돈밖에 모르는 동생 찰리에게 또 다른 인생이 있고, 새로운 세상의 면들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외적으로는 자폐아 연기를 위해 틀니를 한다거나 걸음걸이에 신경 쓴다거나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질문에 박상원은 "자폐아 연기 힘들었다"고 운을 떼며 "실존인물을 다룬 것이기 때문에 동영상과 다큐멘터리 등을 찾아보면서 그분의 실제 생활습관 등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비록 자료가 많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충분한 참고자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 극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은 이미 연출자와 정리가 되어 있다. 그러나 연기하는 사람이 다르므로 담기는 그릇이 달라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원과 남경읍은 극 중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며 일정하고 규칙적인 삶을 살아야만 하는, 그렇잖으면 불안과 공포에 떠는 자폐증 환자지만, 또한 상상할 수 없는 기억력을 지녀 성경 한장을 달달 외우고, 원주율을 소수점 아래 20자리까지 하나도 틀림없이 외우는 '기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이들의 촌스러운 옷차림과 어수룩한 걸음걸이, 늘 중얼거리는 혼잣말과 계속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저 먼 곳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시선 등 신들린 연기로 자폐아의 모습을 생동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경주는 "돈에 목숨 건 모습, 비에 대한 정서,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 등이 찰리의 주된 포인트라 할 수 있는데 돈에 대한 집요함이라던가, 주식시장에 대한 것만 빼면 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하루빨리 직간접적인 경험을 잘 끄집어내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변정주 연출은 "극 중 형제애는 중요한 부분이고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포장이라 할 수 있다"며 "그 이면에는 소위 건강한 사람들이 장애인이라 부르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것 많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상원-원기준, 남경읍-남경주의 더블캐스팅으로 진행되는 연극 '레인맨'은 19일 공연을 시작으로 3월 28일까지 예술이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