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어가는 장면을 보고 큰 소리로 웃어본 적 있는가? 정상적인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으로서는 힘들다고 생각하는가? 속고 속이는 게 세상이다? 대학로 롱런 흥행가도를 달리는 코믹 수사극 '뛰는놈 위에 나는놈'이 있다. 이 수사극은 돈을 노리고 한 여자 프랑솨즈와 결혼한 남자 리샤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기·살인(?) 상황극을 그리며 관객들에게 큰 웃음과 반전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술과 도박에 절어 살며 아내를 구타, 돈만 받아가는 리샤르, 이런 남편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안한 프랑솨즈, 착해 보이지만 꽤 돈을 밝히는 가정부 루이즈,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듣도 보도 못한 남편의 친동생 미셀, 그리고 남편과 안면이 있는 호모틱한 변호사 싸르또니…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남편과 닮은꼴 동생을 이용해 이혼서류에 도장 찍으려는 프랑솨즈, 그 가운데 프랑솨즈를 돕는답시고 돈만 챙기려는 루이즈, 우연하게(?) 사건에 연루된 싸르또니, 그러나 리샤르도, 싸르또니도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는데.
과연 진정한 승자(사기꾼)는 누구인가? 남편과 이혼하려는 프랑솨즈? 이 여자의 심리를 이용해 가운데서 돈을 뜯어내려고 했던 루이즈? 갑자기 리샤르, 루이즈, 싸르또니는 프랑솨즈를 정신병 환자로 몰아가고, 사건 수사하러 온 형사와 반장도 돌아가는데… 셋이 짜고 친 고스톱에 프랑솨즈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야 하는가? 앞서 간 네 명의 불쌍한 전처와 마찬가지로. 도대체 진정한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은 누구일까?
◆ 아슬아슬한 상황극, 관객에게 웃음폭탄 선사
연극 '뛰는놈 위에 나는놈'은 수사극이라기보다는 상황극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리샤드와 미셀로 1인2역하는 김재훈, 캐릭터 변화에 따라 의상과 말소리, 행동 등을 달리하며 완전 다른 두 사람을 완벽히 소화해낸다. 게다가 남편의 술에 수면제를 타 잠을 재우려는 아내와 가정부, 왠지 이날따라 남편은 이상하게 술 마시기를 꺼려한다. 수면제를 탄 술은 도대체 누가 먹을까?
어렵사리 남편은 죽고, 남편 시체도 처리되고, 이들은 다시 미셀이 리샤드로 분해 싸르또니를 속이고 이혼서류에 사인하려고 하는데. 싸르또니 변호사 또한 호락호락 하지 않다. 넘어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상황, 긴장감을 놓칠 수 없으나, 절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참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장면을 보고도 웃을 수 있다는 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러니컬하기도 하지만, 이게 연극 연출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연기, 호불호는 관객 보기 나름
이 밖에 배우들이 혼신을 다해 펼치는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들의 연기는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연기가 주축을 이루어 큰 웃음 폭탄을 선사했다. 그러나 소극장 공연인 셈 치고 연기가 조금 오버스럽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조금만 순화시켜도 배우도 덜 힘들고 보는 사람도 조금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바로 이러한 과장된 표현들이 있었기에 쌓인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연인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