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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돌 그룹 출신의 여자 연예인들이 활약하고 있다. 여성 아이돌 그룹 '슈가' 출신의 한예원은 드라마 '온에어', '찬란한 유산' 등에서 얄미우면서도 발랄한 캐릭터로 등장하며, 연기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같은 그룹 출신의 황정음은 예능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고, 최근에는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SM계열 아이돌 그룹 '밀크' 출신의 김보미(사진)도 가수 데뷔를 앞두고 있다. 특히 김보미는 아이돌 가수로서의 이미지에서 180°변신,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사랑스러운 느낌의 모던록 장르에 도전해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낼 예정이다. 아티스트 중심의 레이블인 초콜릿뮤직에 소속된 이후 김보미는 기타 등 각종 악기를 배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작사 실력도 갈고 닦고 있다.
아이돌 가수 출신이 다시 연예계로 돌아오는 것은 어린 시절 이미 끼를 증명 받았다는 점에서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지만 다시 가수로, 그것도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변신한다는 것은 드물다. 가수로 다시 활동을 시작할 경우 아이돌 가수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보미 또한 아이돌 가수에서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다시 가수를 하는 것은 어떤 느낌이냐는 질문을 받고 "어린 시절의 아이돌 이미지에서 벗어나 성숙해진 지금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데에서 책임감을 느껴요"라고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그녀가 데뷔곡으로 선택한 장르는 모던록. 깜찍하고 청순한 모습을 부각시켰던 아이돌 시절과는 많이 다르다. 아티스트 계열 가수들을 좋아한다는 김보미는 "실제로는 그다지 아이돌스럽지는 않다"고 자평했다.
"목소리 자체가 여리고 청순하지도 않고 너무 강하지도 않은 개성 있는 목소리라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장르를 선택했어요. 성격도 소탈하고 솔직한 편이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김보미는 그룹 밀크가 해체된 이후 아무렇지 않게 버스를 타고 다닐 만큼 성격이 털털하고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이에 대해 김보미는 "밀크 활동을 그만 둔지도 오래됐고 예전에는 팬이었던 분들도 지금은 잘 못 알아 보실걸요"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이러한 소탈함도 아픔을 이겨낸 결과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뮤지션으로 제2의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는 그녀는 대중이 자신을 어떤 가수로 보았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대해 "만만하지 않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라며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아이돌로서의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의미였다.
"일을 하고 선택하는 데 있어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일 수 있다는, 그런 '강한' 느낌이라고 할까. 여리고 어리지만은 않다는 성숙함과 강함을 드러내고 싶다고 해야 할까요. 좀 어려운데 그런 느낌이 있죠"
김보미의 말에서 과거 한 때 연예계 생활을 경험했던 상처와 단단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김보미는 자신과 다른 가수들의 차별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우울함과 슬픔, 기쁨도 즐기려고 하는 성격과 그런 것들이 표현된 노래 가사일 것"이라고 밝혔다.
"보통은 우울한 감정이 들면 한없이 그 기분에 빠져들지만, 저는 오히려 그 기분을 즐기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정말 즐거운 기분을 느끼고는 해요. 그런 면들이 최근 쓰는 글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단순히 사랑뿐만이 아니라 계절, 주변 풍경 모두를 즐기고 거기서 소재를 얻고 솔직하게 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저만의 강점인 것 같아요"
가수로 데뷔하는 김보미이지만 그녀의 모습은 '방송'에서 보다는 무대 위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을 듯하다. 소속사 성향에 따라 김보미는 기획가수가 아닌 아티스트로서 홍대 클럽 등에서 활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동덕여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할 정도로 연기에 여전히 관심이 많다는 그녀는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모델, 연기자로서의 활동도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종종 많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가수 활동을 한다고 해서 연기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죠. 실은 이론상으로 보자면 두 가지가 굉장히 비슷한 면이 있거든요.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보미는 오는 3월 10일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소속사 초콜릿뮤직의 정기공연을 통해 데뷔무대를 가진다. 이날 무대에서 그녀는 기타를 직접 치며 자신의 첫 곡을 부를 예정으로, 최근 밤을 새워가며 연습에 매진 중이다. 상반기 중에는 데뷔곡과 자신이 쓴 가사에 멜로디를 붙이는 형식으로 직접 작업에 참여한 곡을 담은 싱글앨범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