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과 충돌, 그 속에 울려 퍼지는 비극의 아리아
본디 상상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전통적 본질이 없는 새로움은 결코 다시 일어설 수 없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2000년 연극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천재 작가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 39편을 공연하고자 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 셰익스피어 극단(ESTC)에서는 국내 최초로 그의 숨겨져 있던 보물 한편을 무대화한다. 400년 이상 잠자고 있던 셰익스피어 명작 <존 왕>이 오는 4월 2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그 신선한 첫 막을 열게 된다.
◆ 진짜 연극이 지여야 할 클래식한 깊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느새부터인가 연극 역시 그 원래의 색을 잃어가고 있다. 일차원적인 흥미만으로 관객의 시간을 잡아먹는 상업적 공연의 추세 속에서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Eurasia Shakespeare Theatre Company)은 연극의 교과서본이라고 불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선택했다. 이번 연극 <존 왕>을 비롯하여, 소개되지 못한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이 한국에서도 이 극단으로 인해 초연되어진 바 있다. 이번 <존 왕> 공연팀은 편중되지 않은 방식으로 공연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위해 작가에 대한 통시적이고 작품을 향한 총체적인 탐구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 가면 뒤로 낱낱이 드러난 인간의 추악한 얼굴들
세계민주주의의 헌장 '마그나 카르타'! 그곳에 도장을 찍고도 영국 역사상 최고의 비난을 받았던 '존 왕'은 과연 저주받을 만큼의 악한 이였을까? 셰익스피어의 <존 왕>에서 그 비밀이 다시 쓰였다. 역사적 기록과는 다른 색채로 표현된 존 왕과 그에 연루된 인간들은 원색적이고 다채로운 해석을 통한 절묘한 시적 언어로 극대화되었다. 극중 인물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코자 아름다운 가면을 쓰고 달콤한 말을 뱉는다. 하지만 그 무대를 총괄적으로 보는 관객들은 정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인간들이 쓰고 있는 가면 밑으로 드러난 추악한 '밑 낯'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남육현 연출가의 손에 의해 <존 왕>은 연극 텍스트에 정체되지 않고, 시공간적인 선명한 색채감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중세시대의 이야기조차 우리 시대의 단면임을 상기시킬 것이다.
◆ '밑낯'의 까발림을 연기하는 배우들
연극 <신의 아그네스>, <벚꽃동산>의 고전과 드라마 <명성황후>, <토지> 등으로 연기력을 입증 받은 배우 '장희진', <관객모독>과 <헨리 4세> 등으로 거듭나고 있는 배우 '송문수',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드라마 <다모> 등을 통해 역경을 딛고 일어난 배우 ‘노현희’ 등 총 17명의 배우가 이번 무대를 빛낼 확실한 준비를 마쳤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 <왕과 비>를 통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으며 현 KBS 극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배우 이성용은 나약하면서도 욕망에 가득 차, 결국은 양심의 쓰라림과 국민의 배신 속에 죽음을 맞이한 비극적 인물 존 왕에 캐스팅되어 더욱 작품을 향한 기대치를 높여주고 있다. 대학로에서 오래 몸담고 있던 배우들의 열연으로 인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존 왕>은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인물로 무대 위에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