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연계는 훈훈하고 가슴 따스한 가족애를 그린 작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 '레인맨' 등이 바로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 연극 '어머니를 부탁해', 새로운 '어머니 상' 그리며 감동 선사
연극 '엄마를 부탁해'는 신경숙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고성만 연출이 연극화한 작품으로 한국의 정서와 새로운 '어머니의 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어머니를 잃어버린 아들 딸들이 어머니를 찾아나서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그와 함께 지난 과거를 떠올리는 액자형식의 연극으로,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이, 형제자매 사이 관계를 복합적으로 다루었다. 단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어머니를 둘러싸고 어머니와 얽힌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남편과 가정에 헌신적이고, 아들 딸한테도 최선을 다하는 전형적인 어머니 상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바람 핀 남편에게 당당하게 맞설 줄 아는 줏대바른 여성상, 오픈된 생각과 시각으로 아들 딸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현대적인 여인의 모습, '내가 한 고생, 나와 같은 인생을 살기 바라지 않는다'는 한 어머니의 기대, 사랑과 헌신을 담고 있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를 단지 엄마로만 그리지 않는다.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소녀였고, 이성에 끌리는 감정을 지닌 여성임을 보여준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엄마는 가정에 충실했다. 어떤 이유로 어떤 결혼을 했던지 자신의 남편과 자식들에게 책임과 사랑을 다 한 것. 그러나 그런 엄마라도 한 남자에게 이끌리어 연모의 정을 느끼는 여자다. 자신의 가정을 생각해 그런 감정을 억제하고 참으며 가슴 속 깊이 묻어둔다. 엄마를 더욱 인간적으로 묘사한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참 많은 감동과 전율을 느낀 부분이라겠다.
연극 '레인맨'
그리고 연극 '레인맨'은 80년대 히트작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 '레인맨'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이미 지난 2006년 일본에서 최초로 연극 무대에 올려졌으며 이어 영국, 한국에서의 공연도 웰메이드 연극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연극 '레인맨'은 아버지로부터 깊고 큰 상처를 받고 집 떠난 찰리가 20년 후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재산 상속 때문에 찾아간 병원에서 존재조차 몰랐던 친형 레이먼을 만나게 되면서 그를 통해 상처를 치유 받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은 따뜻한 감동과 함께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휴먼드라마다.
◆ 연기파 배우들의 매력대결
지금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레인맨'은 우선 그 캐스팅부터가 화제다. 한국 1세대 뮤지컬 배우 남경읍과, 한국 간판 뮤지컬 스타 남경주 친형제가 함께 무대에 선다. 이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이후 15년 만이다. 여기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최고의 연기자로 입지를 굳힌 박상원과 드라마와 무대를 오가며 그 실력을 인정받은 원기준까지, 이들의 조합은 참으로 흥미롭다.
◆소중하고 끈끈한 가족애 다뤄
7년 동거한 여자친구가 있지만 언제나 외롭고 쓸쓸한 찰리, 검소한 생활을 주장하지만 불안감 때문에 무턱대고 돈만 잔뜩 모으려고 한다. 그는 험악한 세상에 냉정하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믿는다. 그러면서도 어린 시절 상상 속의 친구 '레인맨'이 곁에 있어줬다고 한다. 그러나 그 '레인맨'이 다름 아닌 자폐증을 앓고 있는 친형 '레이먼'이었던 것. 찰리가 되찾은 건 형뿐만이 아니었다. 찰리는 형 레이먼과의 동행 속에서 아빠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 대조적인 구도 다각적인 시각
연극 '레인맨'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아름답게 빛난 부분은 자폐증 레이먼의 뛰어난 기억력과 순수한 심성. 레이먼은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는 불안을 느끼지만 성경이나 원주율을 줄줄 외운다. 또한 그는 "찰리가 수잔나를 보는 눈빛이 아빠가 엄마를 보는 눈빛이랑 똑같다"고 말할 줄 안다. 사랑하는 동생 찰리와 같이 살게 된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쁘지만 수잔나의 반대에 부딪히자 "내가 찰리에게 화상 입혔다. 수잔나의 자식에게도 피해가 될 수 있다"면서 자신이 지내던 병원으로 돌아간다. 겉으로 보기엔 조금 모자라 보일지라도 그 누구보다 직감적이고 본능적으로 사랑을 알아채는 레이먼의 모습은 보는 이의 새로운 사색을 불러일으킨다.
극은 또한 '레인맨'이라는 제목이 복선이 되어 두 주인공의 감정세계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찰리는 비 오는 날이 좋다고 한다. 비가 내리면 왠지 우산 밑에서 보호받고 자신의 영역을 지킬 수 있는 느낌이 든다고. 그러나 형 레이먼에게는 비가 좋은 추억만은 아니다. 동생에게 화상 입힌 것 때문에 가족과 이별해 병원에 가게 된 레이먼, 병원 앞에서 아버지가 눈물을 쏟았고 자신을 대신해 하늘이 울어줬다고 한다. 찰리와 수잔나의 행복을 위해 이별을 선택한 그날도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다.
◆ 레이먼에게도 봄날은 찾아온다
자폐증이라고 이성에 대한 끌림이 없는 건 아니다. 레이먼도 여종업원의 데이트신청에 마음이 두둥실 뜨고 TV에서 사교댄스를 보며 춤을 배우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찰리로부터 춤을 배우며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것. 그저 자폐증환자가 아닌 이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이 더욱 더 레이먼을 사랑스럽게 부각시킨다.
◆ 당신의 '레인맨'은 누구인가?
'레인맨'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내 인생의 보호막? 내 가족? 인생의 또 다른 면을 보게 한 인생교사? 당신의 '레인맨'은 누구인가? 당신은 누구의 '레인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