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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이’ 10주년 기념 공연, 웃음·감동 어우러진 뜨거운 무대 선사

10년간의 찬사, 10년간의 성원에 화답하는 연극 <이(爾)>(프로듀서 신춘수/ 연출 김태웅)의 신명나는 한판 놀이가 지난 26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개막, 그 베일을 벗었다.

2005년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 1위를 기록하며 공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는 2000년 초연 당시 한국 연극협회 올해의 한국 연극상 희곡상, 연기상 등을 수상, 이듬해 2001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기상을 수상, 이후 전일 전회매진의 기염을 토하는 등 작품성과 흥행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쥔 대한민국 대표연극의 명성답게 프리뷰 공연부터 완성도 높은 훌륭한 무대를 선사했다.

26일 프리뷰 공연으로 먼저 스타트를 끊은 오만석은 2000년 초연, 2001년, 2003년, 2006년 네 차례에 걸쳐 ‘공길’로 분해 ‘공길’ 전문배우로 불려온 만큼 공길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여 “역시 오만석!”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같은 배역으로 무대에 서는 김호영 역시 오만석과는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같은 배역의 두 배우이지만, 보다 권력지향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공길의 오만석과 좀 더 섬세하고 여리면서도 굴곡이 있는 공길의 김호영을 비교 분석하며 보는 것도 쏠쏠할 것. 뿐만 아니라 연극 <이>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봉사놀이 장면의 경우 오만석 출연일과 김호영 출연일에 전혀 다른 무대를 선사함으로써 다양한 캐스트 구성으로 관객들에게 ‘보고 또 봐도’ 색다른 공연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죽은 어미에 대한 그리움으로 뒤틀리고 비뚤어진 폭군 ‘연산’ 역에는 김내하, 전수환이, 공길을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는 진정한 광대 ‘장생’ 역에는 10년간 원캐스트로 무대에 서온 이승훈이, 질투심으로 공길을 죽음으로 내모는 연산의 연인 ‘녹수’ 역에는 진경, 하지혜가, 녹수의 질투심을 부추기는 홍내관 역에는 정석용, 조희봉이 각각 베테랑 배우의 연륜과 내공을 연극 <이> 무대에 쏟아내어 10주년 기념 공연의 저력을 보여준다.

이처럼 탄탄한 출연진 이외에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관전 포인트는 바로 화려한 볼거리와 맛깔 나는 해학이 담긴 광대들의 한 판 놀이. 조선 연산군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연극이기에 왕실의 화려한 의상과 소품, 그리고 적시적소에 색의 향연을 더하는 조명만으로도 이미 관객들의 눈은 즐겁다. 여기에 광대들의 입담이 살아있는 신명나는 한 판 놀이를 통한 관객들과의 소통이 더해져 극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긴장과 이완의 미학을 보여 주고 있다는 평이다.

웃음과 감동이 한데 어우러진 연극 <이>의 10주년 기념 특별공연은 오는 3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