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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금융자산 “고령화 시대 대응 미흡”

국내 개인금융자산이 크게 늘은 가운데, 고령화시대에 대한 대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4일 "미국과 일본에 비교해 보면 현재의 금융자산 규모와 구조로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개인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0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1인당 개인금융자산도 2002년 2277만원에서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4111만8000원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개인금융자산의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준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덕배 현재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은퇴 후 생활에 필요한 금융자산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 ▲수익창출 자산 저비중 ▲ 고령자에게 맞지 않는 주식 및 수익증권 직접투자 ▲ 장기채 등 금융상품 부족 등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내 토지·주택 등 실물자산 선호 경향 때문에 실물자산 비중이 높고 금융자산은 2006년 기준으로 23.3%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미국 개인 금융자산 비중은 66.8%이며, 일본은 61.0%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부동산을 팔아 빚를 갚거나, 생계유지를 위한 현금이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금융자산 가운데 실질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자산비중이 높아 노후를 대비한 자산축적이 어렵다는 게 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통화와 예금' 가운데 수익창출이 거의 없는 현금과 결제성단기저축의 비율은 27%에 달하며, 이자수익 창출 자산의 대표적인 정기예금도 실질적으로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제로 수익률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예금은행 정기예금 중에서 연률 4%미만으로 물가수준을 고려한 실질금리가 제로인 정기예금 비중이 79.8%를 차지했다.

아울러 금융위기 이후 2008년부터 많은 투자자들이 원금손실을 경험하면서 수익창출 가능성이 높은 주식 및 수익증권에 직접 투자를 시작, 지난해 말에는 직접투자자들이 75.6%로 늘었다. 다만,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원금손실리스크가 높아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지는 고령자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박 연구원의 주장이다. 또한 펀드 등 간접투자 중에서도 해외펀드 투자 비중이 40%로 증가하면서 환율변동 위험까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박 연구위원은 "오랜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수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장기 국채와 같은 금융상품이 우리나라에는 부족하다"라며 "국내 개인금융자산 가운데 장기채 비중은 3.8%에 불과하며 이는 미국의 22%, 일본의 33%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은 개인자산 중에서 가장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물자산 가치를 안정화시켜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금리 및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역모기지제도와 같은 실물자산의 금융자산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인과 금융기관에 대해서 그는 "금융기관이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개발해야한다"며 "개인은 과다 리스크노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고령화 충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한편, 스스로 금융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