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전년동기대비 7.8%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가 워낙 좋지 않았던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민간의 자생력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좀더빨라질 것이라는 가정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0년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작년 동기 대비 7.8% 성장했다. 이는 2002년 4분기 8.1%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고수준이다. 또 한은이 지난 12일 발표한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7.5%) 보다도 높았다.
◆ 국내 경기 '정상궤도에 올랐다'
김명기 경제통계국장은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우리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보여 장기 성장 경로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 성장경로'에 대해서 "경제가 거의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은은 우리 경제가 회복세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민간소비가 미약하나마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살아나는 모양이다.
김 국장에 따르면 내수에서 민간부문의 기여도는 1.5%포인트로 전기대비 2.0% 늘었다. 재화수출이 1.5%포인트, 재화와 서비스 수출이 1.2%포인트, 정부지출이 1.2%포인트 등 전 부문에서 골고루 기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설비투자 증가세도 눈에 띈다. 한은은 올해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이 전기대비 0.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날 발표된 설비투자 증가율은 1.5%로 예상치보다 2배를 넘어섰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따른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건설기계 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정부 부문과 수출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웃돌았으며, 수출을 제외한 민간 내수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97%까지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 한은 금리인상 당겨지나?
한은은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기준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민간 자생력 회복을 내세운 바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로 동결하며 "(인상 시점으로) 언제가 적정한지는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했는지 여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꾸준히 민간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모양새에 따라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G20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초저금리가 지속되면 또 다른 위기를 잉태할 수 있다"고 말해 정부의 출구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1분기의 높은 성장률 배경에는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4.3%까지 바닥을 쳤던 반사효과라는 의견도 있는 것이 사실. 즉 당장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출구전략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윤 장관은 이날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아태지역 관세청장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출구전략과 관련해 정부 스탠스가 바뀐 것은 없다"며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그는 "중요한 것은 저금리보다 과잉유동성이며 과잉유동성이 오래 가면 위기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