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한국노총 본사. 중앙집행위가 7층 임원실이 아닌, 8층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었다. 7층은 전날부터 최소 50명 이상의 금융노조가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겨있는 회의실 문 너머로 고성이 들려왔고 간간이 욕설도 섞였다. 산별노조와 지역노조 대표들이 결론도출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단결 투쟁’ 붉은 띠를 두른 금융노조가 회의실에 우르르 몰려와 집행위가 진행되는 중간에 “탈퇴하겠다”고 선언하고 나가버렸고, 7층에서의 농성도 완전히 철거했다.
그러고 10여분이 지났을까. 장석춘 위원장이 “사퇴하겠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집행위는 장 위원장이 없는 가운데 오후 12시 넘어서까지 진행됐고, 고성과 욕설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오후 1시 집행위가 속개되면서 장 위원장은 다시 합류했고, 기자회견까지 끝냈다. 그런데 장 위원장의 기자회견 발표내용은 다소 격렬했다. 타임오프는 원천무효며, 강행될 경우 대정부투쟁에 돌입하겠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전 조직을 총동원해서라도 여권의 낙선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도 했다.
장 위원장의 사퇴번복과 위와 같은 입장발표가 위원장으로서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최선인지, 아니면 내부의 압력에 의한 차선인지 도통 모를 일이다. 또 7월 1일 처음 시행되는 타임오프 문제에 88만 노조원들이 장 위원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융노조의 임원실 점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타임오프를 둘러싼 노사정의 첨예한 대립에 노노갈등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노사관계 선진화는 아직도 아득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