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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표심에 ‘타임오프’ 뒷전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 면제)가 6.2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권이 노동계의 눈치를 살피는 묘한 동향이 감지되고 있다.

타임오프는 근면위(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1일 새벽 의결했고, 노동부는 6일 고시할 예정이었으나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13~14일께로 연기되었다. 또 표결시간이 지난 뒤에 의결되었다는 것과 노동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노동계는 정에 대한 전면적 대결구도를 세웠다.

이 가운데 한국노총이 10일 오후 '노사정 3자회담'을 제안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총은 "산업현장의 평화와 노사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노사정 합의 주체들의 긴급 회담을 제안한다"며 다소 온건한 어조로 발표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행보 
한국노총은 타임오프를 전면 무효화 하지 않으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가 자동폐기 될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낙선운동에까지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앞에서의 천막농성을 시도했고, 지도부는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그러다 10일 노사정 3자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10일 오전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태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장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정치권 행보
한총 민총이 여권에 대해 강경구도를 세우고 있는 한편, 정치권에서는 6.2선거를 의식해 성난 노동계의 손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한국노총에 방문해 '타임오프 한도를 재논의 할 수 있다'고 말했고, 추미애 위원장 등 국회 환노외 소속 여야의원 4명도 노동부에 '타임오프제를 17일까지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10일에는 한명숙 서울시장후보가 민총에 방문했다.

이에 정치권이나 노동계나, 제 3자로서 지켜보는 국민들의 비판을 면키가 어렵게 됐다. 둘다 노사관계의 선진화는 일단 접어두고, 정치권은 표밭관리, 노동계는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노동계의 논리
타임오프제가 노동조합에 어떤 역효과를 불러올 지 구체적인 자료 하나 없이 일단 '원천무효'부터 외치고 보는 노동계는 실망스럽다. 새 노동법은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으나 타임오프는 노동조합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예외적으로 도입한 일종의 배려장치다.

현대차노조, 기아차노조, 코레일노조, 금융노조 등 노조들이 타임오프가 노조활동을 강제적으로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의 조합비 운영 자체충당 계획이 눈에 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원들은 타임오프 도입에 대비해 노조 스스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대중공업은 노조원 2000명을 설문조사 했더니 76.9%가 노조의 재정 자립을 위해 조합비 0.3~0.5%포인트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노동부의  '先시행 後보완' 
노동부는 "우선 타임오프를 시행하되 향후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게 노동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노동부의 발표처럼 일단 시행한 뒤 과도기에 생기는 문제점들을 보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멀리내다 봤을 때, 언젠가는 시행될 타임오프제를 단순히 몇개월 몇년 늦춘다고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