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치인들이 보여준 모습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굴 뽑든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대학생 주세훈씨(27)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리는 2일 투표소 대신 영화관을 찾았다. 그가 우리나라 성인이라면 당연히 갖는 권리를 포기한 것은 무관심 때문이라기 보단 상심에 가깝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20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판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데 대해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던지는 20대는 이번에도 많지 않았다.
대학생 박진형씨(25)는 "지지하는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실망해 아예 투표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나 하나 투표에 참여한다고 당장 뭐가 바뀔 것 같지도 않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 이들의 관심사는 일찌감치 후보자들의 번외에 있었다. 당장 20대 젊은이들에게는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록금 인하 대책 등이 시급한데 이들을 위한 목소리는 이번 선거판에서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윤진혜씨(24·여)는 "유권자를 위한 공약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천안함 사태와 정권 심판 등 이념적인 부분에 치우치다 보니 젊은 층의 관심이 더욱 멀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각 후보들은 저마다의 공약을 걸고 승부하기보다 당리당략에 치우쳐 정치적 이슈거리를 쫓기에 급급했고, 상호비방과 고소고발 등 진흙탕 싸움도 여전했다.
최준영씨(28)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니까 대부분이 거기서 거기"라며 "후보들 모조리 무상교육, 친환경 급식 운운하는데 요즘엔 공약도 컨닝을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강대 전상진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정치에 대한 환멸에서 출발하는데 이러한 것이 20대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관심을 끄는 부분"이라며 "생활정치라는 측면은 뒤로 후퇴하고 자신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정치가 득세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