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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기, 공간에 주목하라

21세기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정보혁명’이다. 그리고 그 혁명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매순간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역시 애플의 아이패드 열풍일 것이다. 사실 기기 자체의 기능이라는 점에서 아이패드는 혁명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아이패드에 열광할까?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공간에 맞는 IT, IT로 스마트해지는 공간’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아이패드 열풍으로 대표되는 IT기기의 혁명성은 단순히 획기적인 기능의 발명이 아닌 새로운 공간 개념의 창출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월 아이패드 발표회에서 스티브 잡스가 제품 시연에 소파를 소품으로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것이 소파로 상징되는 불특정 공간에서의 활용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패드는 특정 공간에 매어있지 않고 모든 공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적당한 크기의 디스플레이와 가벼운 무게, 한 나절은 사용 가능한 배터리 성능 등을 통해 어느 공간에서나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반면, 휴대전화는 이동 중인 상황에 최적화 되어 있어 잠시 쉴 때 사용하기엔 너무 작다. 고정된 상황에 최적화된 노트북은 이동하면서 사용하기 어렵다. 이들 기기는 이동하는 공간, 멈춰있는 공간과 같은 특정한 공간에 묶여 있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은 특정 공간이 가지고 있던 의미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업무를 책상 위에서 해야 하거나 영화는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은 고정된 공간 개념의 산물이다. IT 기기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히 많은 기능을 탑재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시키고, 공간의 의미를 새로 창출해야 한다. 아이패드의 성공은 이러한 ‘공간으로부터의 탈피’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보고서는 IT 기기가 성공을 거두려면 “공간의 의미, 공간 활용 방식의 변화 가능성, 그리고 공간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람들은 IT 기기들을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따라서 소비자 층에 따른 기기 활용 방식을 관찰하고 그에 맞게 IT 기기를 생산해야 할 것이다. 화려한 기능만이 IT 기기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말을 한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