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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진정한 상생인가 도매업 진출 위한 미끼인가

지난 5월 26일 중기청은 (주)신세계(대표 정용진),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회장 김경배),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이사장 최장동), 중소기업유통센터(대표 손창록)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중소유통업체의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정용진 부회장은 기업형 슈퍼마켓의 신규 출점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며 영세 슈퍼들이 밀집돼 있는 골목상권에는 신규출점을 피하고 신도시 지역 등 기존 슈퍼마켓의 생계에 문제가 없는 지역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진출함으로써 대·중소 상생협력의 신의를 지키겠다고 언급했다.


협력 내용으로는 구매력이 약한 중소슈퍼마켓의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 신세계에서 공동구매를 지원해 줌으로써 기존 공급선보다 5~10%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물류센터 활용 등의 시스템 지원, 운영 노하우와 컨설팅 제공 등이다.


이에 중기청은 "현재 추진 중인 중소소매업계 경쟁력 제고사업(나들가게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췄다. 언뜻 보면 대·중소유통업체가 상생하는 방안으로 보이는 이 협약의 사각지대에 중소도매유통업자들이 있다.


협약에 언급된 중소슈퍼마켓들의 '기존 공급선'이라는 것은 중소 슈퍼마켓에 물건을 납품하던 중소도매유통업체들이다. 중소슈퍼마켓들이 대기업과 손잡고 공동구매를 하게 되면 그 동안 중소슈퍼마켓에 물품을 공급을 하던 약 4만 여개의 중소도매유통업체들이 죽게 된다.


대기업인 신세계가 중기청과 손잡고 소매유통업자들과 상생협력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소매유통업부터 도매유통업까지 모두 잠식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지난해 11월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중기청과의 정책간담회에서 도매유통업체들은 소매점포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영세도매유통업체들의 경쟁력도 동시에 높여야 한다고 제시했었다.

 

그러나 중기청은 지난 1월 실질적으로 중소 슈퍼마켓을 도울 수 있는 대안이 아닌 간판과 매장환경의 변화 등만 내세운 '나들가게'를 추진하며 중소 유통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에서는 "영세 납품업체들은 그 동안 동네 슈퍼와 재래시장에 외상으로 물건을 납품하기도 하고 소매상이 어려울 땐 원가에도 못 미치는 세일 물건을 납품하는 등 그야말로 진정한 상생을 해왔는데 중기청이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협약을 체결했다"고 비판하며 "중기청이 중소납품업체의 경쟁력 제고라는 방안보다는 손쉬운 대기업 활용방안을 택했기 때문에 앞으로 규탄대회 등 강력한 저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작년 5월 신세계 정 부사장은 이마트 점포들을 상권별 특성에 맞춰 대형마트 외에 도매업 점포, 소형 점포 등으로 다양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200개에 가까운 SSM을 출점한 홈플러스나 롯데마트에 비해 11개만 출점해 있는 신세계에 있어 새로운 SSM 점포를 출점하는 것은 수익성이 없는 일이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가망 없는 사업을 미끼로 기업 이미지 제고와 함께 도매업에 진출하려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현재 SSM 규제 법안을 구성하는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이 여야 간 입장 차이를 보여 6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처리가 무산될 경우 해결점을 찾기가 더 힘들 어 질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