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에서 허정무 감독(55)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사용했던 4-2-3-1 전형을 들고 우루과이전에 나섰다.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특성을 지닌 우루과이의 빠른 공격을 두터운 미드필드진으로 차단하면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겠다는 의도였다.
이 과정에서 허 감독은 조별리그 3경기에 나섰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염기훈(27. 수원) 대신 폭넓은 활동량이 강점인 김재성(27. 포항)을 선발로 내세우는 승부수를 던졌다.
4-2-3-1 전형은 아르헨티나전보다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재성 카드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재성은 최전방 원톱인 박주영(25. AS모나코)과 오른쪽과 왼쪽 측면 공격수인 이청용(22. 볼턴 원더러스),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디에고 고딘(24. 비야레알), 디에고 루가노(30. 페네르바체)가 버틴 우루과이의 중앙수비에 막혀 별다른 찬스를 잡지 못했다.
빠른 발을 이용해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펼치기도 했지만, 공격 전개 상황에서 그다지 두각을 보이지는 못했다.
결국, 허 감독은 후반 15분 김재성 대신 이동국(31. 전북)을 투입하며 4-4-2 전형으로 변신,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루가노 대신 마우리시오 빅토리노(28. 우니베르시다드)를 내보내며 굳히기에 들어간 우루과이의 수비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제골 허용 상황은 곭키퍼 정성룡(25. 성남)과 포백라인 간의 원활치 못한 호흡이 가장 큰 원인이어다는 지적이다.
디에고 포를란(3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왼쪽 측면에서 차두리(30. SC프라이부르크)와 상대하고 있을 당시, 조용형(27. 제주), 이정수(30. 가시마 앤틀러스), 이영표(33. 알 힐랄)가 나란히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에 집중한 나머지 에딜손 카바니(23. 팔레르모), 루이스 수아레스(23. 아약스)를 시야에서 놓치고 말았다.
포를란이 중앙으로 공을 연결할 당시 수비진과 골키퍼 사이의 적절한 소통이 필요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각도를 잡고 있던 정성룡이 뒤늦게 문전 앞으로 나오다 공을 놓치게 됐고, 수아레스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팽팽한 공방전을 이어가던 1-1 동점 상황에서 한국 수비진은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수아레스의 감각적인 오른발슛에 결승골을 내주며 결국 눈물을 뿌려야 했다.
기대를 모았던 세트플레이는 이날도 명불허전의 위력을 발휘하면서 우루과이의 무실점 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기성용이 문전 깊숙이 찔러준 공은 상대 수비를 흔들기에 충분했고, 결국 이청용의 동점골로 연결되는 계기가 됐다.
이밖에 후반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장대비로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상황에서도 우루과이 수비진을 후반 막판까지 흔든 공격 투혼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당초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던 우루과이전에서 한국은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면서 다시금 세계축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록 이날 승부는 아쉬운 패배로 마무리됐지만, 조별리그 3경기와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통해 드러난 저력은 4년 후 브라질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