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가 31조원에 육박하는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이 사업주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좌초 위기에 빠졌다. 사업중단 불사를 선언했던 땅주인인 코레일은 지난 5일 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 토지대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사업이 해지될 수밖에 없다며 오는 16일까지 사업협약 등 계약을 준수하는 내용의 자금조달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삼성물산이 ‘사업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에 대해 당시 철저한 사업성 분석 결과를 근거로 토지 대금을 제시한 것인데 이제 와서 계약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글로벌기업으로서의 관리 능력에 의문을 품게 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토지대금 지급보증을 거부하고 있는 이상 협의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 같은 최후통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코레일이 제시한 최후통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 좌초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 극심한 유동성 경색이 원인
기대를 모았던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이토록 좌초위기에 빠진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31조원의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되는 만큼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엔 코레일·삼성물산·롯데관광개발 등 총 26개 법인이 거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지만 유동성 확보의 어려움으로 삼성물산 등 건설사들이 지난해 3월 총 6천437억원에 달하는 2차 토지매매 중도금 및 분납이자와 3차 계약금을 내지 못한 바 있다.
이어 올 3월 납부가 예정됐던 중도금과 계약금 7천억원을 납부하지 못하자 땅 주인인 코레일이 사업중단을 시사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
용산 역세권 개발을 담당하는 사업주체들은 자금조달 방안과 계약조건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코레일이 이 요구사안을 받아들일지는 요원한 상태다.
컨소시엄 측은 납부할 토지대금 중 중도금 4조7천억원 전액을 준공 때까지 무이자로 연기해주고 서울시에 대해서는 현재 608%인 용적률을 800%로 상향조정하거나 기부채납 비율을 낮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코레일은 이런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측에서 납득할 만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업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최후통첩을 이미 보낸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엔 사업자체가 좌초되고 새판을 짜야할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삼성물산이 코레일의 최후통첩을 거부하고 오는 9월 17일까지 자금 조달에 실패하게 되면 계약상 사업협약은 해지하게 된다. 이럴 경우 코레일은 지금까지 납부된 토지대금을 반납하고 땅을 드림허브로부터 반환받게 된다.
코레일은 사업협약이 해지된 이후 사업자 재선정을 포함해 새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용산역세권 개발을 둘러싼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