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초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FOMC를 앞두고 관망 분위기가 형성되며 약세를 나타냈다.
FOMC에서 경기인식이 하향 조정되면서 추가적인 국채매입 등 양적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경기둔화 우려감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지수가 약세로 전환했다.
국내증시 역시 큰 폭 조정세가 나타났고, 옵션 만기일에 대규모 바스켓 매도 물량까지 쏟아지면서 코스피는 12일 1720선까지 밀렸다. 이번주 증시는 지난주 낙폭을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해외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변동성이 크겠지만 지난주 형성된 박스권을 하향, 상향 돌파하는 움직임은 기대하기 어렵다.
◆ 지난주, 불안·실망감 겹치며 급락
조병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급락이 미국의 경기둔화 움직임에 대한 반응보다는 경기둔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면서 나타난 실망감의 영향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지지난주 후반 글로벌 증시의 관심은 온통 미국의 고용지표에 쏠렸던 상황에서 실제로 고용지표가 쇼크 수준의 부진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는 경제지표의 둔화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이에 대해 정부가 정책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FOMC 결과가 양적 완화를 유지하는 정도에서 그치자 시장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결국 이미 알고 있었던 경기 둔화라는 사실이 지수의 하락을 이끌었다기보다 정부의 대응에 실망한 것이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주간단위로 6주만에 조정을 받았고, 조정폭도 3%에 달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게 확대됐던 한주였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5000억원 순매도,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3400억원을 순매도하며 투자자들의 체감지수를 떨어뜨렸고, 증권과 투신 역시 각각 2400억원, 1600억원 순매도한 가운데 연기금이 3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급락세를 방어했다”며 “의료정밀과 증권, 금융, 섬유의복, 철강 등이 큰 폭 하락세 나타내며 지수조정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750포인트 돌파 이후 횡보하던 국내증시는 외국인 매도와 함께 급락하는 양상이 나타났다”며 “11일에는 외국인이 선물을 1만 계약 이상 매도하면서 베이시스도 악화되고 지수도 급락,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급락하면서 한국 IT 섹터도 하락압력을 두드러지게 받고 있는 양상이다”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건설주의 경우 기관 매수세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반등했는데 김 연구원은 “전반적인 하락세가 나타나는 증시에서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업종은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고, 현대건설 M&A 이슈가 건설업종의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 글로벌경기둔화, 美경제지표 관심
김성노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하반기 경기둔화 움직임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주 국내증시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주요증시가 일제히 조정국면에 진입한 데 대해 김 수석연구원은 “이번 조정의 핵심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OECD 경기선행지수는 6월 기점으로 하락 반전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 주요 5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4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 경기회복세 둔화로 북미 경기선행지수가 6월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EU 경기선행지수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들의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세가 이미 진행되고 있으나 그나마 독일경제의 강한 성장에 힘입어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6월 EU 경기선행지수 상승률이 0.02%에 그쳐 7월부터는 둔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주요증시 중 유일하게 8월까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연고점을 경신해 가던 국내증시의 지난주 급락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반영되면서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주 코스피지수가 1700~1770선에서 제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병현 연구원은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데 더해 옵션 만기일의 충격까지 더해지면 지난주 코스피가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며 “일시적인 이벤트인 만기 충격분을 제외하고 나면 최근 글로벌 증시가 이처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미국의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금주 미국의 제조업지수, 유럽 서베이지수, 일본 성장률은 선진 경제의 더블딥보다는 연착륙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은 전월 예상보다 부진했던 뉴욕 및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가 반등할지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선행지수 역시 전월 기록했던 감소세가 추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지표들은 최근 부진이 진정될지 여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새로운 악재는 없다
조병현 연구원은 지난주 미국의 경제지표와 FOMC가 가져온 불안감이 증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 소진됐다고 판단하고 지난주 하락으로 기술적 반등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미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라는 악재가 주는 무게감은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유동성이 확보되어 있고 아직까지는 경기 침체보다는 경기 회복세 둔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장기 박스권 상단이 아래쪽으로 돌파될 가능성을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주 코스피밴드 하단으로 1730선, 상단으로 1780선을 예상했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지난 주로 실적시즌이 마무리되면서 경기지표에 대한 관심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한 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FRB의 경기인식에서도 드러났듯이 경기지표가 시장에 큰 희망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채 매입 등 경기회복 모멘텀의 둔화로 인한 포괄적인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노력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만을 가지고 시장에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금통위에서 미국은 경기둔화가 아니라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중국 역시 2분기 성장률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8%를 넘는 수준이라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더블딥이 아닌 회복속도의 문제라는 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달러가 반등을 나타내면서 지난주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를 나타낸 데 대해 “양적완화에 나선 통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기는 어려운 만큼 추가적인 상승의 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외국인 매수세의 재개 가능성을 암시하는 요소”라고 판단했다.
김철중 연구원은 “공격적으로 연준이 돈을 풀기보다 회수되는 돈을 다시 시장에 넣어주겠다는 수동적인 태도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며 “다만 통화정책은 단기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세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기에, 연준이 양적완화 추세로 돌아선 이상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 변동성 커 발빠른 단기대응 필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국 증시의 관심이 해외 경제지표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이번주에 미국의 주택 경기 관련 지표와 산업생산 그리고 경기선행지수를 포함한 다수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발표될 예정이다. 조병현 연구원은 “중장기적 전망의 방향성 여부를 떠나 경제지표가 한동안 지수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로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인 만큼 기술적인 관점에서 단기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수익률을 제고하는 데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했다.
그는 “이 같은 관점에서 업종 선택은 가격 움직임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난해 후반기 8월 이후 지수가 하락한 구간과 반등한 구간을 기준으로 반등 직전 지수의 하락 구간에서 낙폭이 컸던 업종들이 반등 초기 저점 이후 5일에 상승폭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섹터 측면에서 그동안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IT, 자동차 등 주도주가 약세를 이어갔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선진시장의 경기회복 속도 둔화를 감안하면 이들 섹터에 대한 기대감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가 거셌다는 점에서 반등과정 역시 수급상 부담을 안고 가야 할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주 IT가 큰 폭 하락세를 나타냈음에도 불구, 지수의 조정폭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며 “포트폴리오 구성 과정이 비슷한 시기에 집중된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그동안 소외되었던 내수 관련 업종 중심으로 관심 가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