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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치마폭이 남자 바지통보다 넓어 제 속도 남자 경영자 보다 넓습니다"
『 제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사람마다 맞는 직업들은 분명히 있다. 이에 몸이 피곤하다가도 일터만 오면 힘이 저절로 나는 것이다. 파고다그룹 박경실 회장은 교육업이 천생 직업이다. 박 회장은 "목표를 이루고자 학업에 매진하는 수강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며 "파고다는 내게 일터이자 가정과 같은 곳이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30여년 여성 경영인의 길은 쉽지 않았다. '고객 그리고 현장' 중심의 경영 목표를 분명히 하고 달려오던 중 여성 CEO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던 적도 있었다. 당시 박 회장은 "여자의 치마폭은 남자의 바지통보다 넓어서 그런지, 제 속도 남자 경영자 분들보다 넓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책임감 있는 교육자'로 남고 싶다는 박경실 회장은 '교육을 통한 사회 공헌' 실천을 위해 오늘도 분주하다. -편집자 주- 』
◆ 박경실 회장은 1979년 어학원 사업을 시작, 1990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고인경 회장과 함께 파고다어학원의 실질적인 경영을 도맡아 오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성장 비결을 꼽는다면? 학원 운영에 있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정답은 '고객'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IMF 금융 위기를 겪으며 많은 업종들이 타격을 받았고, 교육업이나 어학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때 경영의 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으며, '고객 그리고 현장' 중심의 경영을 목표로 하여 성장 및 도약할 수 있었다.
실례로, 파고다어학원의 '다이렉트 잉글리쉬'라는 프리미엄 일대일 영어회화 프로그램과 관련해 고객에게서 해답을 찾았던 사례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고가인 편인데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비싼 수강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강생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실제로 고객들에게서 이 같은 반응이 있었다. 이에 '다이렉트 잉글리쉬'와 파고다어학원의 프로그램을 결합한 복합형 프로그램들을 론칭했으며,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 파고다라는 큰 기업을 맡게 되며 부담감은 없었는가?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냈는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79년에 학원 경영에 뛰어들면서 함께 진행했던 부분이라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또한, 목표한 바가 있으면 꼭 이루고자 하는 성격 때문인지라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지금 돌이켜 보면 대학 때 배구 선수로 활동했던 점이 경영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나의 포지션은 센터였는데, 배구 경기에서 센터는 ‘전략가’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때의 경험이 기업을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그 때나 지금이나 파고다는 내게 일터이자 가정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몸이 피곤하다가도 학원에만 오면 힘이 난다. 또 목표를 이루고자 학업에 매진하고 노력하는 수강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운을 얻는 기분이 든다.
◆ 여성 CEO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이 있었을 것 같다. 특히 박 대표는 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맡았었는데 여성 CEO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여성 CEO로 활동했던 당시만 해도 여성 CEO가 흔치 않았고, 세간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한 번은 여성 CEO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여자의 치마폭은 남자의 바지통보다 넓어서 그런지, 제 속도 남자 경영자 분들보다 넓습니다"라고.
요즘 여성들은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다룰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적 기질, 감성적이고 유연한 사고, 내부 직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등 요즘 경영자들에게 요구되는 자질들을 지녔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매년 활발해지고 있고 누구든 노력하면 CEO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는 특별히 '여성 CEO'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여성 CEO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 뉴미디어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준비가 한창이라던데 어떤 것들이 있나.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뉴미디어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해 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올 초에는 '파고다SCS'라는 새 법인을 출범했다. SCS는 서비스, 콘텐츠, 솔루션의 약자로 이 세 가지를 전문적으로 결합해 학습자의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탄생했다. 향후 M러닝, E러닝은 물론 학원 솔루션 등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사업을 담당한다.
다만 뉴미디어 관련 콘텐츠를 다수 만들어 내는 것에 관해서 파고다어학원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다양한 미디어가 떠올랐다가 지곤 하는데, 유행만 좇아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론칭하는 것보다는 뉴미디어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그 고유의 특성을 연구하여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온라인 콘텐츠에 관한 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이 병행되는 것이 좋다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실례로 기업에 온라인 콘텐츠를 공급하면, 추가로 출강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사람과 사람이 호흡해 수업하는 오프라인 교육의 실효성은 시대가 변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온-오프라인 교육이 상호 보완되는 '블렌디드 러닝'이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한다.
◆ 파고다는 이례적으로 영어권인 벤쿠버에 진출했다. 다른 지역에도 진출할 계획인가?
파고다는 2009년 밴쿠버에 지점을 설립해 해외 진출의 첫 발을 내 딛은 바 있다. 이는 영어 교육 본산지에 영어 학원을 역수출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향후 LA 지역에도 진출을 검토 중이며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 교육업에서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파고다어학원에는 국내에서 내놓으라 할 만한 양질의 어학 교육 콘텐츠가 많이 축적돼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솔루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온라인·오프라인 학원 등 교육 수요자가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채널은 다양하지만 적재적소에 콘텐츠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이에 잘 조직된 학습 솔루션 시스템을 구축해 실수요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한다.
두 번째는 어학원을 '사교육' 기관으로 여기며 부정적으로 보는 세간의 시선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교육의 반대 개념으로 사교육을 정의하곤 하는데, 평생교육기관의 하나인 학원이 눈총을 사는 경우가 많다. 교육이란 정규교육을 마침과 동시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동안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학원을 사교육 기관이 아닌, 평생교육기관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내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는 교육을 통한 사회 공헌이며, 책임감 있는 교육자로 남는 것이다.
◆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사회 공헌은 어떤식으로 실천하고 있는가?
교육업에 몸담고 있다 보면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라는 교육업의 사명에 대해 한번쯤 떠올려보게 된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가장 귀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귀한 일로 얻은 이득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 왔고, 실제로 파고다에서는 다방면으로 지속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파고다의 사회공헌은 일회성, 이벤트성 환원이 아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환원이다. 최근 시작한 탈북 청년 수강 지원 사업, 커리어와 함께 시작하고 있는 ‘파고다 잡클리닉’ 특강이 그 좋은 예다.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것을 넘어 수강생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데 공헌의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자사의 콘텐츠를 활용해 사회에 공헌하는 '재능 기부'의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의 도전의식을 고취하는 데 가장 좋은 스포츠 활동 후원에도 적극적이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15년간 후원했었고 전국 대학생 동아리 테니스 대회는 올해로 5년 째 후원을 하고 있으며, KLPGA 소속 선수들의 무료 수강도 지원하고 있다.
파고다 박경실 대표 약력
△ 1955년 출생 / 1978년 이화여대 卒
△ 1993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산업교육전공) 卒
△ 2007년 숭실대학교 대학원 평생교육학과 박사
△ 2009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 (現)한국학원 총연합회 전국외국어교육협의회 회장
△ (現)숭실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 (現)파고다아카데미 대표이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