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이)잘되려면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싱가포르 출장을 마치고 귀국길에 삼성전자의 상생협력 방안에 대해 “누구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다 같이 노력해야 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 회장은 2005년 청와대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에 참석한 자리서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안 도와주면 대기업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도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하는 것은 대기업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데도 필요한 일”이라며 “대기업이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먼저 일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2,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해서 좀 더 무겁게 생각하고 세밀하게 챙겨 동반 성장을 위한 제도나 인프라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1998년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도 협렵업체가 공급하는 부품 질에 의해 최종 품질 수준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서로 적극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었다.
아울러 상생협력이 실제 현장에서 뿌리내리려면 최고경영자에서 말단 사원까지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경영방침이 현장에서 적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잘못 이행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상생협력에 대한 이 회장의 노력은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다. 이 회장 제안으로 ‘하도급업체’가 아닌 ‘협력업체’로 표현이 바뀐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상생은 이병철 회장 때부터 중요한 경영철학이었다.
1981년 삼성전자의 주요 국내 협력사로 구성된 협의체인 협성회는 현재 148개 회원사가 상생협력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2004년부터 임원단위의 전담조직을 둬 상생협력을 본격화했다.
삼성은 지난 창립 40주년 기념식 및 비전선포식 자리서 2020년 글로벌 10대기업 도약을 위한 6대 전략과제 중 하나로 상생/녹색경영 선도를 꼽기도 했다.
급변하는 경영 여건 변화에서 생존을 위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삼성그룹의 상생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양측 모두의 경쟁력 확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에 상생협력의 주된 목표 중 하나를 협력사의 종합경쟁력 향상에 두고 있다. 삼성의 초일류 기업 실현은 협력회사의 경쟁력이 확보돼야 가능하며 상생은 대기업만의 노력이 아닌 상호간 노력에 의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은 협력사의 종합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기술·자금 지원 및 사내외 전문가로 구성한 전문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 삼성의 경영 전반에 걸친 노하우(프로세스 혁신, 기술 혁신 등)를 전수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대학 등 외부기관과의 협력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협력사가 아닌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오픈 이노베이션 체제 도입으로 제품경쟁력을 높이고 신기술·신제품을 개발하는데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대표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달 ‘상생협력 7대 실천 방안’을 발표, 2·3차 협력사까지 혜택 받을 수 있는 ‘협력사 지원펀드’를 최대 1조원까지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원자재값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원자재를 직접 구매해 협력사에 공급할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윈-윈 플라자’를 통해 협력사와 기술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 SDI는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응하고 중소기업형 저탄소 그린파트너십 체제 구축에 나섰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경쟁 체제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다”고 전제하며 “협력업체와 원가절감·스피드 제고는 물론 신제품·신사업 발굴까지 함께 하는 상생의 파트너십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진정한 상생협력은 기존의 파이를 나누는 상생이 아닌 서로의 파이를 키우는 상생이며, 미래기술 공동개발·신사업 발굴까지 함께 협력하는 등 동반성장 역량을 상호 갖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