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결혼하세요. 미루다가 혼기 놓치면 결혼을 포기하기 쉬워요. 그렇게 되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손실이 커집니다. 요즘은 스마트 결혼시대라고 한다지요. 결혼도 영리하게 하는 시대라는 의미입니다.”
배우생활 45년의 베테랑 연기자 선우용여 씨는 공사 구별이 칼 같고 뒤 끝없기로 소문나 있다. 특히 입바른 소리를 잘하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결혼정보회사 대표로 우리 곁에 나타나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고 있다. 서둘러 결혼하라고.
선우용여 대표의 결혼예찬론은 단지 사업 차원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40년 결혼생활을 한 주부와 혼기 꽉 찬 아들을 둔 엄마의 입장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결혼에 대한 정의는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그러나 해보고 후회하자’다. 후회할 바에야 차라리 ‘쿨‘하게 한번 해보자는 쪽이다.
“결혼을 늦게 하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요. 친구 따라 강남만 가면되는데 결혼 늦추는 것 까지 따라하는 세태가 우려됩니다.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가고 있어요.”
만혼·비혼(非婚) 문제가 나오니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지면서 속사포 같이 문제점을 쏟아낸다. 결혼 없는 사회는 곧 죽은 사회나 다름없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당대에 결혼을 하지 않으면 차세대 가정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국가의 소멸이란 점에서 결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혼이란 제도가 없었다면 인류는 멸망했을지도 모릅니다. 혼자 사는 게 당장은 자유롭게 느껴질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불편함이 많아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을 겁니다. 이런 문제점을 공감한다면 결혼은 꼭 해야 해요. 그리고 결혼하기로 했다면 혼기 채울 생각 말고 조금이라도 앞당겨서 하세요.”
전통적으로 여름휴가가 끝나고 추석이 다가오면 결혼정보회사 문을 두드리는 솔로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한 해를 넘기지 않으려는 ‘막차심리’와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 짝이 필요한 행사가 줄지어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이 시기 결혼정보회사, 웨딩업체 등이 몹시 바쁘다.
선우용여 대표는 “요즘 20대 여성 고객과 많이 만나는 데 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똑 부러진 결혼관을 가지고 있어 놀랐다”며 “결혼정보회사를 통하는 것이 이제는 현명하고 영리한 결혼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결혼정보회사 가입한 한 사실이 알려질까 쉬쉬했는데, 요즘은 어느 회사가 좋더라고 입소문을 내고 다닐 정도라고. 연예인들이 성형수술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외려 당당해지는 세태와 같은 현상인 셈이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친구들끼리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위한 계(契)를 만들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곗돈을 만들기도 한다.
맞벌이가 보편화된 요즘 결혼을 하면 가계소득은 2배로 뛰지만 소비는 오히려 줄고 저축이 많아진다. 또 결혼은 정서적 안정과 육체적 친밀감으로 인해 수명이 늘어나는 등 여러 부분에서 상승효과가 있다. 선우용여 대표는 이를 “결혼은 곱빼기”라고 재미나게 표현했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발달하는 세상이라 해도 결혼이란 제도의 원천인 남녀 간 교감을 모방하거나 대신할 순 없습니다. 스마트 결혼은 현재 혼자인 나를 변화시켜 보다 나은 미래의 나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영리한 결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한번 쯤 결혼에 대해 영리한 생각을 해보시길.”
매 질문마다 빨리 결혼하란 소리가 빠지질 않은 그녀에게 본격적으로 결혼이란 담론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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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힐스 선우용여 대표 |
◆ 결혼이란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결혼이란 제도는 인간의 제도가 아니다. 불교신자지만 창조질서를 부정하진 않는다. 남과 여의 결합은 창조질서에 따른 필연이고 제도화 되면서 결혼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매우 신성하되 구속이 따른다. 구속을 순종하는 것이 결혼 제도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만약 구속을 속박으로 잘못 인식해 이를 벗어나려고 한다면 가정은 붕괴되고 결혼제도가 흔들리게 된다. 결론적으로 결혼은 필연적인 구속과 순종의 역사가 아닐까. 나 역시 4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해오지만 존중, 배려, 순종이 없었다면 세월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 결혼은 하고 싶지만 사회적 인프라 부족 때문에 꺼린다고 한다.
신혼부부를 위한 보금자리 주택, 보육시설 확충, 육아휴직 등 다양한 결혼·출산장려책이 나오곤 있지만 체감도가 약한 것은 사실이다. 곳간에서 인심 나온다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 한다고 하지만 예산이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나라가 전부를 해줄 수는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따라서 타협점을 찾아서 결혼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만혼화가 빚어지고 있는 데 안타까운 현실이다. 만혼화는 한 자녀 출산 또는 임신포기 등의 문제로 나타난다. 결국 저출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얼마 전 제2차 저출산고령화대책이 나왔지만 실효성에 의문점이 많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체감도가 높은 정책 제시가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정책개발과 추진의 한계가 있는, 불가항력적인 면이 존재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저출산의 경우 정책과 제도가 쉽게 개입하지 못하는 개인의 선택권 때문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결혼장려 및 저출산 문제를 정면 돌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혜를 더 모아야 한다.
◆ 해외에선 교포 1, 1.5세대들이 자녀 결혼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들었다.
작년에 캐나다 교민 자녀와 모국 싱글남녀 중매인 오작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교포사회의 실상을 알 수 있었다. 부모세대나 본인들 모두 한인을 만나려는 순혈주의 결혼 욕구가 강했다. 특히 남성의 경우 배필을 교포사회 내에서 보다 모국에서 찾는 것을 선호했다. 프로그램 진행 결과 캐나다 측에서나 국내서나 폭발적인 호응이 있었다. 이같은 니즈를 파악해 올해는 전 세계에 퍼져 살고 있는 교포싱글을 위한 ‘해외 퍼플힐스 사랑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지에서 의사, 자동차디자이너 등으로 성공한 싱글남들의 공개 프러포즈가 진행되고 있다. 반응은 한마디로 뜨겁고 적극적이다. 서구에서의 삶과 일에 대한 욕구가 결혼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어가 능한 세대의 일면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은 연중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레드힐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 해외 중매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동서양의 중매문화는 차이가 있다. 한중일은 여전히 부모들이 극성이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중매문화가 비슷한 반면 서구는 인터넷을 통한 스피드데이트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중매 반 인터넷 연애 반인데 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어느 한쪽이 우세하다고 할 수가 없다. 인도는 카스트라는 계급제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중매결혼이 강세다. 우리나라의 정교한 결혼정보 프로그램이 해외에 진출하면 인기가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섬세한 심리적 요인을 잡아내는 커플매니저의 숙련도와 언어가 넘어야 할 산이다. 차라리 국제결혼 진출이 쉬울 것 같다. 이는 인신매매형 국제결혼이 아닌 정확한 정보와 교감을 통한 결혼을 중개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국제결혼도 점점 쉬워지고 있다.
◆ 레드힐스 대표 취임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단 방송 외 시간은 온전히 결혼이란 화두에 몰입해 있다. 결혼전도사로서 사명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늘 고민이다. 때로는 방송에서도 결혼 이야기가 튀어 나온다. 특히 결혼 적령기를 넘긴 이휘재 같은 총각들에게 그런 소리를 많이 했다. 오비이락인지 반년 정도 휘재에게 압박을 했더니 결국 결혼한다고 발표했다. 휘재뿐 아니라 방송국 작가, 피디, 리포터 등 젊다 싶거나 결혼하지 않았을 것 같으면 늘 말미에 ‘빨리 결혼해’란 재촉을 한다. 주위에서는 누가 결혼정보회사 대표 아니랄까봐 그런다고 마음속으로 면박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결혼을 해야 우리나라가 살기 때문이다. 방송 종사자들은 만혼자가 많은 게 특징이다. 일이 힘들다보니 연애할 시간이 없고 직업이 인기가 없다고들 푸념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매력이 있고 그것을 알아줄 짝이 있다. 나는 이것을 끊임없이 알리고 있다. 그게 예전 선우용여와 지금의 나의 차이다.
◆ 미혼 아들이 있는데 결혼적령기 아닌가?
엄밀히 말하면 결혼적령기를 조금 지났다. 아직 학생(늦깎이 대학원생)이라 스스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명색이 엄마가 결혼정보 회사 대표인데 아들 장가도 못 보내다니 이상하다는 우스갯소리를 듣는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과 제3자(부모) 개입이 적당한 선에서 양해될 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들의 선택권을 먼저 존중하겠다. 결혼은 서둘러서만 될 일이 결코 아니다.
◆ 결혼정보 시장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고?
예전에는 2·30대 초혼 전유물이던 것이 어느 순간 재혼전문 회사도 생겼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5·60대 이상 싱글 실버들의 그레이로맨스 중매 산업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교포 2·3세대가 결혼적령기가 되면서 해외시장도 커지고 있다. 또 결혼정보 회사가 중매산업만 머물지 않고 컨설팅, 교육, 심리상담, 문화사업으로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궁극적으로 상조서비스까지 지원함으로써 ‘연애에서 무덤까지’로 사업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결혼 적령기 2·30대 싱글과 부모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모든 과실은 추수할 때가 있는 법이다. 너무 일찍 따면 설익어 떫고 너무 오래되면 물러서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인간의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과실과 다르지 않다. 너무 이른 결혼은 준비부족으로 시행착오가 많다. 그러다보면 쉽게 지칠 수 있다. 때 늦은 결혼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녀라는 기쁨과 권리를 포기하게 할 수 있다. 단, 결혼 결정은 삼고초려 해야 한다. 전쟁에 앞서서는 기도 한번, 바다에 나갈 때는 기도 두 번, 결혼할 때는 기도를 세 번하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그만큼 결혼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짝을 만나서 충분히 교제하고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하며 그 사이에는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개입을 좋아하는 부모들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지만 결국 결혼은 당사자의 보이지 않는 사랑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 여성 CEO로서의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요즘은 예능 출연은 많지만 대신 정극 연기가 중어서 딴 때보다 시간이 좀 빈다. 그래서 회사 일에 보다 많은 신경을 쓸 수 있다. 지금 상태에서 일일드라마 같은 정극 연기가 하나 더 추가되면 시간이 참 빠듯할 듯싶다. 이것은 내가 여성 CEO이면서 집안의 가계를 책임지는 여성 가장이기 때문에 갖는 어려움이다. 그나마 남편과 아들이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힘이 덜 든다. 공적인 고민이면서 일종의 바람은 결혼하지 않는 풍토를 획기적으로 뒤집은 드라마 같은 게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매 순간 여성으로, 엄마로 결혼하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까란 고민에 살고 있다.
◆ 앞으로 계획은?
연기자와 회사 대표를 병행하는 게 결코 쉽진 않다. 고객과 아침에 상담약속이 잡혀 있는 날에는 새벽 4시까지 녹화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회사에 나오기도 한다. 물먹은 솜처럼 몸은 무겁지만 고객과의 약속에서 되레 힘을 얻는다. 그 분들이 존재하기에 회사가 존재하고 대표 자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혼을 가장 잘하는 결혼정보 회사라는 입소문이 5천만 국민에게 파다해질 때까지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선천적으로 일복을 타고 났기 때문에 일하는 게 두렵지 않다. 여기에 저출산 사회에서 결혼정보 산업은 꼭 필요한 공익사업이기 때문에 속도를 늦출 수 없다. 이 땅 600만 명의 싱글들이 죄다 짝을 찾을 때까지 결혼전도사가 되고자 한다. 더불어 결혼장려 및 저출산대책 캠페인을 꾸준히 펼쳐서 국정에 이바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