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유럽연합(EU) 정ㆍ재계 지도자들에게 위안화 평가절상을 압박하는 미국 편을 들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원 총리는 전날 벨기에 브뤼셀서 열린 중국ㆍEU 비즈니스 서밋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두 나라 경제의 특수한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지 위안화 환율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위안화 절상을 위해 중국을 압박하는 데 동참하지 말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또 원 총리는 "유로화 환율이 불안정한 이유는 달러화에서 찾아야 한다"며 "미국이 요구하듯 위안화를 20~40% 절상하더라도 세계가 전혀 이익을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마진율이 매우 낮은 중국 수출업체들이 미국의 '환율조작제재법안'으로 파산 위기에 놓였다"라고 지적하며 "많은 수출업체가 문을 닫아 이주 노동자들이 귀향해야 할 상황"이며 "중국이 사회ㆍ경제적 격변에 휩싸이면 전 세계엔 재앙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원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위안화 절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EU에 대해 중국이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원총리는 유럽 측이 위안화 절살 압박 선봉에 선 미국의 행보에 동참하게 되면 중국에서 어떻게 압박할지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중국이 유럽을 경제적으로 옥죌 수 있는 수단은 적지 않다. 철도, 전력망, 원자력 발전설비 등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건설 프로젝트에서 유럽 업체를 일부러 배제시키거나 시민들을 부추겨 유럽산 제품 불매운동이 벌이는 방법등이 있다. 현재 상하이 고속철도만 해도 유럽산이나 하지만 앞으로 건설된 수많은 고속철 사업에서 유럽이 배제된다면 유럽의 잠재적 손실은 엄청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6월 위안화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뒤 최근까지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2% 절상시켜왔으나, 반면 유로화에 대해선 9% 절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