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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소비자가 잘 선택해야 시장이 건강해진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비용절감, 품질제고, 기술 혁신 등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 결과 기업들의 전반적인 생산성이 향상되어 국가 경쟁력이 강화되는 한편 소비자는 높은 후생수준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시장과 기업에 방임하는 것만으로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기업 간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어야 하고 소비자가 경쟁하는 기업들 중에서 우량기업을 골라 낼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는 시장의 주권자로서, 자신의 화폐를 투표용지처럼 사용하여 기업들을 생존시키거나 퇴출시킨다. 기업 간 경쟁이 활성화되어 소비자가 여러 기업들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면 소비자 주권 실현의 일차적 여건은 조성된 셈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는 지난 30여년 사이 경제학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새로운 개념은 ‘정보’라고 지적하였다. 실질적 소비자주권실현의 가장 큰 과제 역시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생산자에 비해 제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 하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였더라도 실제로는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일 수 있다. 국가는 이러한 정보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 우위를 이용한 기업의 기만적 상행위를 규제하고 시장에서 올바른 정보가 생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적 영역에서의 노력과 함께 소비자의 의식 신장 및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여건은 기대 이상으로 호전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상품의 가격ㆍ품질에 대한 정보와 기업에 대한 평판이 보다 투명하게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한 사회’의 기치에 맞게 정보화의 혜택이 충분히 미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합리적 소비 여건을 조성하고,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정보비대칭성이 심한 분야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한편, 소비자들이 미처 대처하기 어려운 새로운 거래유형에서의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실질적 소비자 주권이 보장된 시장에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정직한 노력만이 경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소비자의 권익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기업은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는 반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은 신속하게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풍부한 정보에 기초한 합리적 소비자 선택이 시장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글ㅣ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