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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일보 장세규 기자] 스마트폰, 스마트TV 그리고 스마트그리드까지 기업이나 정부를 가리지 않고 보다 스마트한 제품이나 정책·제도를 만드는데 혈안이 돼 있지만, 정작 더 스마트해야 할 우리 소비자들은 그렇게 '스마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원장 김영신)이 파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5~22일까지 전국 20대~60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역량을 진단한 결과, 평균 61.5점을 보였다고 11일 밝혔다.
소비자역량이란 ‘현명하고도 지속가능한 소비생활을 위해 소비자가 갖추어야할 잠재적 실천적 능력’을 말하는데 금융, 거래, 시민의 3대 역량과 9개 하위지표로 구성된다.
소비자원 정책개발팀 배순영 연구위원은 "평균 75점 정도가 '역량 있는 소비자'로 볼 수 있는데, 61점대는 국내 소비자들의 수준이 예상보다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전반적으로 시민역량(63.1점)은 높은 편이었지만 금융역량(59.1점)은 가장 낮았다"며 "특히 금융역량에 속하는 재무설계력(57.1점), 자산·부채관리력(59.7점), 위험대비력(61.3점)이 모두 낮아 소비자들의 금융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20대는 '실질 생활력' 50~60대 '정보이해·활용력' 낮아
소비자역량은 30대(66.0점)가 가장 높았고, 60대(53.8점)가 가장 낮았다.
20대는 재무설계역량(51.5점)과 소비자책임수용역량(59.9점)이 낮은 반면, 정보이해‧활용역량(63.4점)이 높았다. 특히 재무계획의 수립, 인플레이션, 세금, 카드 사용대금 연체에 대한 이해 등 금융 지식이 매우 낮게 나타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진단돼다.
50~60대의 경우는 구매의사결정력과 정보이해‧활용역량이 낮게 나타났다.
◆ 소비자 관련 주요 제도, 상당수 소비자 '잘 몰라'
금융거래 연체,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 탄소성적표시 등 소비자관련 주요 제도에 대해서 모른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30%가 넘었다. 설사 알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라도 제대로 알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모든 표시가 정부나 공공기관의 승인이나 허가를 받는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었고, 탄소성적표시나 오픈 프라이스 제도에 대한 이해도 낮았다.
소비자원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를 개발할 경우 소비자역량 수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남발되다시피 하고 있는 다양한 인증 및 표시제도 시행 시 소비자의 수용역량을 고려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역량이 높은 소비자는 소비생활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원은 "소비자역량은 시장 주체들 간의 관계맺음도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소비자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 지표로 볼 수 있다"며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정부‧산업계‧소비자단체와 학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