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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수면제로 해결되는 것 아니다

[재경일보 장세규 기자] # 평소 워커홀릭(workaholic)이라 불릴 정도로 업무에 열정적인 김(39세) 씨. 그만큼 평소 야근이 잦고 업무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크다. 그래도 밤에 퇴근 한 후 잠자리에 들면 잘 자던 그도 얼마 전 친한 친구의 죽음을 겪은 후로 밤마다 잠이 오지 않아 수면제까지 복용하게 됐다. 하지만 처음에는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에 빠져들었지만 한 주, 두 주가 지나면서 점점 수면제를 복용해도 잠이 오지 않고, 오히려 몸과 마음은 더 피곤하고 예민해져만 갔다고 한다.

◆ 장기간 피로·스트레스 누적되면 수면장애 불러와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로 치료를 받기 위해 전문의를 찾는 환자들을 살펴보면, 위 사례처럼 잠을 못 자면서 신경이 예민해지고 건강이 약해지면서 스트레스가 더 심해져 다시 잠을 더욱 못 자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불면증 전문 클리닉 자미원한의원 허정원 원장은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는 오랜 시간 스스로의 몸에 누적된 원인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데, 얼마 전 일어난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지금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원전 사건과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지진과 해일도 원인이지만 원전 시설의 노후화도 이번 사건의 깔려 있던 원인이 된 것처럼 장기간 정신적 피로와 육체적 과로가 누적되면 우리 몸도 일종의 노후화를 겪게 된다. 만약 평소 건강한 몸이라면 갑작스럽게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충격을 받더라도 피로하지 않고 이를 잘 이겨낼 수 있지만, 오랫동안 스트레스와 육체적 쇠약에 힘들어했다면 한 번의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게 되어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법(瀉法)과 보법(補法)으로 ‘건강한 잠’을 이끄는 것이 한방치료

잠이 안 오면 김 씨처럼 다음날 일이나 공부를 하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잠을 자기 위해 우선 수면제부터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수면제는 잠에 빠져들게는 해 주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

따라서 건강한 잠은 수면을 통해서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풀어내는 잠이어야 하는데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게 되면 잠을 자긴 하지만 그 다음날 더욱 피곤함과 몽롱함을 느끼면서 날이 갈수록 더 지쳐가게 된다. 이렇게 수면제를 통한 불면증의 치료가 올바르고 건강한 잠을 불러올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몸의 노후화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사법(瀉法)과 보법(補法)의 치료법이 있다. 사법은 병증을 깎아 내리고 쳐내는 방법이고, 보법은 오랜 병증으로 인해 몸의 부족한 기운을 보호해주고 채워 넣어주는 방법이다. 한의학적으로 이런 몸의 노후화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보법을 써서 치료를 해 왔다. 하지만 수면제를 통한 치료에는 보법의 개념은 없고 사법의 개념만 존재하기 때문에 '잠은 자는데 몸은 더 피곤하다'라는 얘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허정원 원장은 “수면제는 먹으면 곯아 떨어지듯 잠이 오는데 이를 한의학에서는 강력하게 병의 증상만을 없애주는 사법의 치료법으로 본다”며 “오랜 시간 동안 무너진 건강을 회복하는 것인 만큼 조급한 마음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무너진 큰 벽을 벽돌 한 장 한 장 다시 쌓아 올린다는 심정으로 치료에 임해야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