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국내 전자·반도체 업체의 주력 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끝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이로 인해 IT수출 감소가 예상, 3분기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현재 북미·유럽 시장에서의 TV판매 부진과 LCD패널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LCD업계의 불황 탈출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반도체 역시 PC·모니터 수요 약세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데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 등으로 인해 하반기 전 세계의 소비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LCD 업황에 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 TV용 LCD 패널
7일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이미 원가 이하로 팔리고 있어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인 TV용 LCD 패널의 8월 전반기 가격이 또 내려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표적 LCD 패널 제품인 40~42인치 HD TV용은 8월 전반기 231달러로, 7월 후반기(237달러)보다 3% 하락하면서 이 제품이 나온 이래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지난해 1~4월 340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109달러(32.1%)나 떨어졌다.
TV용 LCD 패널은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의 LCD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북미·서유럽 시장의 TV 판매 부진과 공급 과잉이 겹쳐 앞으로도 당분간 '제값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와 증권가 전망이다.
∇ LED TV용 패널
같은 크기의 발광다이오드(LED) TV용 패널 제품도 8월 전반기에 역대 최저치인 310달러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7월 후반기 315달러에 비해 2% 더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초 50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무려 190달러(38%)나 가격이 떨어졌다.
∇ 46인치 TV용 패널
46인치 TV용 패널은 지난해 초 447달러에서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하고 떨어지기만 해 이달 초에는 140달러 떨어진 307달러를 기록했다.
이밖에 PC모니터용, 노트북용, 모바일폰용 LCD 패널의 가격도 지루하게 저공비행하고 있다.
∇ 메모리 반도체
반도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도 가격을 책정할 때마다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대표적인 D램 제품인 DDR3 1Gb 128Mx8 1066MHz의 7월 후반기 고정거래가격은 0.75달러로, 7월 전반기(0.84달러)보다 10.7% 폭락하면서 이 제품이 출시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나타냈다.
또 낸드 플래시 제품인 16Gb 2Gx8 MLC의 고정거래가격도 지난달 말 2.74달러로, 2009년 2월 말(2.89달러)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 3분기 수출 실적 전망 어두워
지식경제부는 7월 정보기술(IT)분야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3.2% 줄어든 131억2000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했다. 디스플레이 패널 수출액은 7월 25억2000만달러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2.4% 줄어든 40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계속되는 가격 인하로 인해 지난 2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전자 LCD사업과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에 2분기보다 더 큰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특히 전 세계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경제위기 불안감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여, 수출 실적이 최악을 기록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2분기에 상대적으로 양호한 영업이익을 냈지만 가격 약세로 인해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만의 D램 생산기업들의 경우 현재 D램 가격이 원가수준에 도달, 조만간 감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