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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S&P... 알고보니 출판·미디어그룹이 지분 100% 소유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는 결정을 과감히 내린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절대 파워, 슈퍼 파워'에 가까운 미국,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고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인 미국을 건드리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미국 국채 매입에 나서겠다고 한 것도 미국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만약 한국에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일이 일어났다면, 당장에 외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값어치가 떨어진 한국의 국채를 내다 팔 것이다. 한국의 힘이 아직 미국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IMF나 2008년의 금융위기 때, 그리고 한국이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일어났던 일이다.

그러나 S&P는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리는 일을 서슴없이 해버렸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린 것은 대단한 강단이다. 이런 가운데 이런 결정을 내린 S&P의 '지배구조'가 새삼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S&P는 미국의 출판·미디어그룹인 맥그로힐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맥그로힐은 비즈니스 위크를 비롯해 많은 전문잡지를 거느린 출판그룹으로 1966년에 S&P를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그룹은 또 1972년 타임 사로부터 4개의 TV방송을 사들여 방송분야에도 진출하는 등 일반적인 출판기업이라기보다는 언론·미디어 그룹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출판기업이다.

이에 비해 경쟁사인 무디스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가 12.47%를 보유하고 있고, 이 외에도 여러 기업이 비교적 고르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피치는 프랑스의 피말락사가 89%를 보유한 유럽계 회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의 차이로 인해 S&P는 다른 신평사들에 비해 언론의 색채가 강하다. 그래서 그동안 신용평가에 대한 신평사의 책임이 거론될 때마다 가장 앞장서서 싸우는 역할도 해왔다. 심지어 S&P는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거론하며 신평사가 신용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까지하다. 이러한 S&P의 독특한 특색이 감히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키는 초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강심장을 주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