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일본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주요 기업들 사이의 R&D 투자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일본 상장기업 2천123개사의 2009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R&D 투자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총 R&D 비용은 12조3천760억엔으로 1년 전보다 10.6%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5년의 12조3천77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본의 R&D 투자가 5년도 수준으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율도 3.04%로 전년보다 0.35%포인트 떨어졌고, 1개 회사의 평균 R&D 투자 규모도 58억3천만엔으로 9.2% 줄었다.
R&D 투자 상위 20대 일본 기업들의 R&D 비용은 모두 642억1천3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R&D 투자 20대 기업(108억6천100만달러)의 5.9배 규모로, 둘 간의 절대적 격차는 여전히 매우 크다. 하지만 1999년 10.7배, 2004년 6.7배를 거쳐 계속해서 차이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도요타자동차의 R&D 투자가 7천253억엔(매출액 대비 3.83%)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도요타 역시 1년 전과 비교하면 투자 감소율이 19.8%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혼다(-17.7%), 닛산자동차(-15.4%)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R&D 투자도 15% 이상 줄었다.
다국적 제약사 다케다약품공업의 경우 무려 34.6%나 급감, R&D 투자순위가 6위에서 9위로 3계단 내려앉았다.
반도체·통신기기 제조업체 NEC 역시 12%나 R&D 투자 비용이 줄어들어 1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려났다.
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의 R&D 투자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일본 기업은 R&D 투자 규모나 기술력 등에서 크게 앞서 있는 만큼,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 선전한 우리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품질 개선을 통해 일본 기업들과의 본격 경쟁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