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농촌진흥청은 전국의 토종벌을 집단 폐사시키며 토종벌 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낭충봉아부패병’을 친환경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냈다고 9일 밝혔다.
토종벌 괴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의 애벌레가 번데기로 변태되기 전에 말라죽게 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지난해와 올해 전국적으로 발생해 토종벌의 95% 이상을 폐사시키고 있다.
이번에 찾아낸 예방법은 벌통을 재래식에서 현대식으로 교체한 뒤 일정기간 여왕벌의 산란을 중단시켜 애벌레에서 증식하는 낭충봉아부패 바이러스를 없애는 방법이다.
현재 토종벌 농가 대부분이 계단식 정사각형 모양의 재래식 벌통을 사용하고 있는데, 낭충봉아부패병 증세가 나타난 토종벌을 이 재래식 벌통에서 벌집을 자유롭게 넣었다 뺏다 할 수 있는 현대식 개량벌통으로 옮긴다.
그리고 벌집의 수를 조절해 일벌(약 6천마리 이상)을 밀집시켜 질병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고, 여왕벌을 10일간 작은 통에 가두어 산란을 중단시킨다.
그 다음 격리시켰던 여왕벌을 벌통에 다시 풀어놓으면 바이러스가 현저히 줄어든 청결한 벌집에서 재산란을 시작해 건강한 애벌레를 키울 수 있다.
이는 토종벌의 알은 3일 후에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된지 6일 후에 번데기가 되는데, 번데기 이후에는 낭충봉아부패 바이러스가 증식하거나 피해를 주지 못한다. 따라서 여왕벌을 10일 동안 격리해 산란을 못하게 하면 벌통 안에 바이러스가 증식할 수 있는 애벌레가 모두 없어져 이후 생산되는 애벌레의 감염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낭충봉아부패병 발생 봉군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여왕벌의 재산란 이후 부화되는 애벌레에 감염 증세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이에 이번에 개발한 예방법에 대해 전국의 토종벌 농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기술교육과 실습을 실시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최용수 연구사는 “일벌을 밀집시키고 여왕벌을 찾아 가두기가 어려운 재래식 벌통에서는 이번에 개발한 예방법을 적용하기 힘들다”며, “낭충봉아부패병 피해를 막기 위해 앞으로 토종벌도 적극적인 관리가 가능한 현대식 개량벌통에서 사육해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