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닥터 둠'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비관론자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세계 경제가 또다른 침체(더블딥)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것은 '수행할 수 없는 임무'(Mission impossible)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채무 위기에 빠지고 중국이 지난 금융 위기 때와는 달리 '구원 투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여의치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루비니는 8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게재된 '또다른 침체를 저지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란 제목의 기고에서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세계경제 둔화를 '소프트 패치'(회복기의 일시적 침체)로 낙관했으나 그 환상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 지표가 너무 나쁘고, 유럽도 스페인과 이탈리아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영국과 일본 또한 경기가 나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이런 세계의 경제 위기를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중국, 인도, 브라질, 독일, 호주도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세계의 제조업이 빠르게 하강하고 있는 것도 세계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라고 루비니는 강조했다.
여기에 덧붙여 각국이 그동안 제로 금리와 함께 잇단 '양적 완화', 여신 확대, 재정 부양, 크레디트 이벤트 및 유동성 공급 등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모두 썼기 때문에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루비니는 유동성 부족과 함께 채무 불이행 위기가 동시에 발생한 이런 최악의 여건에서 해결책은 '질서있는 채무 구조조정 착수밖에 없다.'면서, 이것이 실행되면 미국 모기지 채무의 대략 절반가량이 탕감되는 등 엄청난 파급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가 또 다른 침체로 빠지는 것은 저지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극약 정책을 통해 또다른 디플레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8일 '중국이 (이번에도 미국을) 도울 수 있을지 의문'이란 제목의 분석에서 지난번 금융 위기 때는 중국이 4조위안(미화 6천220억달러 가량)을 풀어 세계 경제를 지탱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중국이 그때와는 달리 인플레 부담이 심각한 점을 상기시켰다.
따라서 중국이 또다시 막대한 부양 자금을 풀어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뱅크 오브 캐나다의 홍콩 소재 브라이언 잭슨도 저널에 "중국이 이미 대대적인 경기 부양 패키지를 썼기 때문에 같은 조치를 다시 취하는 것도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