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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앤락-삼광유리 "쨍그랑" 유리 전쟁 언제 끝나나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밀폐용기 재료로 사용되는 내열유리와 강화유리의 안전성을 둘러싸고 4년을 끌어온 락앤락과 삼광유리의 지리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에도 또 한 번의 싸움이 붙었다.

치열한 공방을 이어오고 있는 이 싸움의 요지는 강화유리로 만든 용기가 안전성에 있어서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다. 내열유리는 사용하는 락앤락측에서는 강화유리는 스스로 터져 파편이 비산해 안전에 문제가 있어 용기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강화유리를 사용하는 삼광유리는 두 제품의 차이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열유리제 식기(유리밀폐용기)는 전자렌지 등을 이용해 음식을 데울 때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폭발이나 비산 사고가 일어난다면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중요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두 업체의 4년 간의 지루한 싸움을 종결짓기 위해 지난 4월 기술표준원에서 이미 실험을 실시한 상태이며, 아직 결과는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두 업체는 기술표준원이 초조하게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기술표준원이 삼광유리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락앤락은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세계적인 유리 전문가 안드레아스 카스퍼 박사를 초청해 '유리소재 식기의 소비자 안전 방안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카스퍼 박사는 이날 "강화유리는 처리과정에서 압축응력이 생겨 강한 열충격에 의해 스스로 깨질 수 있고 비산이 생길 수 있지만 내열유리는 강화처리 없이도 높은 열충격 강도를 갖고 있으며, 파손 시에도 유리 파편이 비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락앤락의 공격에 삼광유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삼광유리는 락앤락과 카스퍼 박사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발하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를 통해 삼광유리는 "내열유리제 식기의 KS규격 개정을 앞두고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실시한 6가지 항목의 시험에서 자사의 강화유리식기 '글라스락'이 내열유리 식기와 비슷한 결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삼광유리가 밝힌 실험결과에 따르면, 내열성은 내열유리식기와 강화유리제 식기에 큰 차이가 없으며, 특히 논란이 된 파손시 파편의 비산 현상에 관한 시험에서 내열유리가 강화유리보다 최대 비산거리가 긴 것으로 확인됐다. 내열유리와 달리 강화유리는 스스로 깨질 수 있고 비산이 생길 수 있다는 락앤락과 카스퍼 박사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락앤락측은 또 "실험 결과가 들쑥날쑥해 안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아직 기술표준원에서 공식 결과를 발표하기 전이기 때문에 삼광유리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삼광유리와 락앤락은 오랫동안 내열유리제 식기 기준에 강화유리제를 추가하는 문제를 두고 대립해 왔으며, 이에 기술표준원이 안전성 문제에 대한 논란을 종결짓는다는 차원에서 앞서 4월 실험을 실시했으나 아직 최종 결과는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결과는 나왔지만 안전성에 대해 내부에서도 의견이 달라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10여명의 검증위원간에도 의견차가 있었다. 기술표준원은 식약청, 국무총리실과 의논을 통해 차후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내열유리와 강화유리를 둘러싼 논쟁은 외국에서도 계속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주로 강화유리를 사용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내열유리를 선호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는 미국과 유럽의 식기에 대한 안전성 실험을 통해 내열유리가 강화유리보다 열충격에 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에서도 1970년대 강화유리제 유리컵이 파손되는 사고가 잇따르자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강화유리와 내열유리를 구분해 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