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지난 2009년 3월 인도 뭄바이에서 세상에서 가장 싼 차가 출시됐다. '5천달러 이하 자동차는 불가능하다'는 업계의 통념을 깨고 출고가 10만루피(약 280만원)인 타타그룹의 '나노'가 세상에 선보인 것이다.
타타그룹은 나노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 에어백과 파워 핸들, 라디오, 에어컨 등 옵션을 기본사양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지나친 즉흥 경영'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나노는 출시 전 100만대가 예약판매됐고, 지난해 미국의 최고 혁신상인 '에디슨 어워드'에서 수송분야 최고의 신제품 부문 금상을 받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21일 나노의 이러한 성공을 주가드 경영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드(jugaad)는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창의력을 신속하게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힌두어다. 인도의 특수한 환경과 주가드의 결합이 없이는 나노가 나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이날 내놓은 '인도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부상과 주가드 경영'이라는 보고서에서 주가드 경영방식이 뛰어난 위기 대처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은행이 선정하는 '비즈니스 하기 좋은 나라(Doing Business)' 순위에서 134위로 기업에 비우호적인 환경을 갖췄다. 인도에 공장 하나를 설립하려면 80곳의 기관에 80가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할 정도로 기업을 하기에 좋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열악한 기업환경과 미흡한 인프라, 제한된 자원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적응력이 더 남달라야 한다. '주가드 경영'이 인도에서 생겨난 배경이다. 인도의 열악한 환경에서 적응력을 키웠던 인도의 CEO들에게는 바로 이러한 '주기드 경영'의 기질이 있다.
인도는 또한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 국가 특유의 포용력이 있어 인도 출신 기업인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며 영미권 경영방식을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기업은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경영철학을 추구한다. 이로 인해 세계 어디에서나 포용력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인도 출신 기업인들의 이 같은 특성은 불확실성과 다양성의 시대에 들어맞는 CEO상으로 인정받아 세계 유수 기업의 CEO로서 활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티그룹의 비크람 판디트 회장, 펩시코의 여성 회장 인드라 누이, 크래프트 푸드의 산자이 코슬라, 구글의 최고사업담당 니케시 아로라, 워런 버핏의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 유력 후계자인 아지트 자인 등이 모두 인도 출신이다.
에곤 젠더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S&P 상장기업 CEO 중 인도인이 미국인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부는 "열악한 환경과 인프라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기지를 발휘한 인도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인재 교육과 양성을 중시하면 약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