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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일보 김은혜 기자] 과자에 초콜릿을 입힌 빼빼로는 과자일까, 초콜릿일까. 속칭 '빼빼로 데이'(11월11일)를 한 달여 앞두고 빼빼로의 '혈통' 논란이 일고 있다. 오픈프라이스 제도 채택으로 인해 일어난 문제다.
답은 분명하다. 빼빼로는 초콜릿을 입힌 과자다. 엄연히 따지면 과자인 것. 하지만 롯데제과측은 빼빼로가 초콜릿이라고 외치고 있다. 빼빼로를 만든 사람들이 빼빼로가 과자가 아니라 초콜릿이라고 우기면 어쩔 도리 없지만, 앞으로 빼빼로가 과자라고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 고민이다.
어쨌든 롯데제과의 결정으로 인해 빼빼로는 과자이면서도 과자에 속하지 못하는 이상한 과자가 됐다. 과자에서 갑자기 초콜릿으로 갑자기 둔갑한, 신분이 바뀐 빼빼로는 서러울까 좋을까?
6일 롯데제과에 따르면, 회사 측은 빼빼로가 과자가 아닌 초콜릿류라고 판단하고 권장소비자가격을 표기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롯데제과는 "빼빼로는 회사의 7개 초콜릿 제품군 중 '초콜릿 가공품'으로 분류된 엄연한 초콜릿 제품이며, 초콜릿은 과자와 다르기에 가격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롯데제과의 과자 관련 사이트에서 빼빼로는 초콜릿으로 분류되면서 동시에 과자류의 비스킷으로 소개돼 있기도 하다.
롯데제과의 주장에 대해 과자업계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모 제과회사 관계자는 "초콜릿은 당연히 껌 등과 함께 과자 군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회사는 이미 일부 초콜릿 제품에 소비자가격을 붙여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제과가 업계 1위라는 점에서 롯데제과가 빼빼로를 초콜릿이라고 하면서 가격을 표기하지 않겠다고 함에 따라서 다른 기업들도 초콜릿이 포함된 제품의 가격을 표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로선 최근 카카오 가격 급등으로 대부분 4월 공급가를 인상해 초콜릿이 포함된 과자의 가격을 다시 붙이면 오픈프라이스 시행 전인 작년 6월보다 가격을 올려 표기해야 해 과자 봉지에 가격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던 터였다.
그리고 정부가 업계에 새로운 가격은 오픈프라이스 시행 전 가격 기준으로 해 달라고 요청하며 사실상 가격 인하를 주문, 업계로서는 공급가를 올린 제품의 가격 표시에 더욱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제과가 빼빼로를 초콜릿이라고 우기며 가격을 표기하지 않겠으니 이것보다 좋은 핑계거리는 없게 됐다.
이번 빼빼로 데이는 숫자 '11'이 세 번 겹치는, 소위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2011년 11월11일)다. 또 빼빼로데이가 1이 세 개 겹치는 수능일(11월10일) 다음날이라는 숫자적인 면에서는 유례 없는 특수를 맞은 업계 입장에서는 초콜릿 스틱 과자류 가격표가 없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
하지만 학생이 주된 소비층인 소비자들은 올해 빼빼로나 그와 비슷한 형태의 초콜릿 스틱 과자류의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없게 됐다.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일단 초콜릿은 과자와 다른 별도 품목이라고 확인했으나 빼빼로가 과자인지 초콜릿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상관 없이 가격 표시는 어디까지나 업계 자율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경부 유통물류과 관계자는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업계에 가격을 붙이지 못하도록 강제한 것이지, 여기에서 제외됐을 때 가격을 반드시 붙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업계가 형편에 따라 가격을 붙일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