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이창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일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충격이 2008년 금융위기보다는 작겠지만 영향은 더 오래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용 수석은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세계경제위기와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 G20의 역할'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2008년 위기 당시에는 2~3개월 만에 국제공조가 이뤄졌고 은행부문에도 자금투입이 신속히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선진국의 재정 여력이 부족하고 공동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지적하며, "충격은 (2008년보다) 작지만 충격이 지속되는 기간은 더 길 수 있다. 갑자기 돈이 엄청나게 빠져 나가지는 않더라도 달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꽤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당시보다 우리 경제의 대응능력은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은 "단기외채 비중과 외환보유액 등에 있어서 2008년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며 한국경제는 위기에 대해 준비가 많이 돼 있기 때문에, 패닉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정부의 메시지는 맞는 얘기"라면서 "유럽 상황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기업들은 자금조달도 미리미리 해놓고 수출기업과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 등도 장기전에 대비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럽연합(EU)의 장래에 대해서는 이번 재정위기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문제가 잘 해결되면 통화동맹은 이뤄졌지만 재정동맹은 이뤄지지 않은 유로존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소해 유로화가 강력한 국제통화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유럽연합은 붕괴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제구조에 대해 벤처기업과 유사하다는 비유도 했다. 선진국 경기가 좋으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경기가 좋아지지만 세계경제가 불안해지면 경기 하강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경제는 모든 게 수출 위주로 돌아가고 자동차, 반도체 등 특정품목에 의존하고 있다. 성공한 벤처기업이라고 보면 된다"며 "지금 경제구조는 (세계경제가) 좋을 땐 아주 좋고 나쁠 땐 몹시 나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런 구조가 싫다면 경제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