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SK텔레콤, 하이닉스 인수하지마"
하이닉스 인수에 단독 응찰할 것으로 보여 인수가 사실상 유력한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 추진을 선언한 이후 외국인이 SK텔레콤 주식을 대량으로, 그것도 지속적으로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주주들은 투매를 통해서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추진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지분 매각 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밝힌 지난 7월8일 이후 전날까지 SK텔레콤 주식 384만주(5천800억원)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한 날은 7일에 불과하다.
지분율에서도 외국인은 SK텔레콤 보유 한도율인 49.0%를 꽉 채운 상태였지만,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 추진을 선언한 이후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해 3개월도 안 된 사이에 보유율이 4.75%포인트나 급감한 44.25%로 떨어졌다.
외국인의 SK텔레콤 보유율이 44% 초반대까지 떨어진 것은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던 2009년 1월21일(44.13%) 이후 2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외국인이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조원 규모의 차입에 따라 고배당 등 SK텔레콤이 유지해왔던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주당 9천500원 수준의 배당을 계속해왔다. 올해도 이 수준의 배당을 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은 6%에 육박한다.
또 SK텔레콤의 주력 사업인 통신서비스와 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 사업의 연결고리가 거의 없는 데다, 매년 대규모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인수 후에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도 외국인들의 투매를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가 실제로 확정될 경우에는 외국인 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에 반대하는 주주를 달래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예전 수준의 배당을 집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 매물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