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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췌장 원숭이 이식 성공… 당뇨병 치료 가능성 열렸다

[재경일보 김유진 기자] 국내 연구진이 건강한 돼지의 인슐린 분비 췌장세포를 이식해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를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에 따라 국내에만 350만명에 달하는 당뇨병 환자의 완치 가능성이 커져 당뇨병 환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이를 응용해 골수이식이나 줄기세포 연구에도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울대 의대 박성회 교수 연구팀은 돼지로부터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췌도(랑게르한스섬)세포를 이식한 당뇨병 원숭이가 거부반응 없이 6개월 이상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박 교수의 연구팀에 따르면, 실험 전 수치가 400~500이던 당뇨병 원숭이의 혈당은 췌도이식 4개월 후 면역억제제 등 모든 약제의 투입을 중단했음에도 부작용 없이 현재 정상치인 평균 80~90㎎/㎗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식된 세포들이 평생 생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면역억제제 투여 중단 이후에도 이식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은 동종 간의 이식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며 이종(異種)이식에서는 세계 최초의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기존의 장기이식 수술은 동종 간의 이식에서도 면역억제제 투여 이후 거부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이종 간의 이식은 더욱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왔다.

특히 기존의 장기이식 치료와 달리 다른 바이러스 및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은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에 질병을 유도하는 바이러스와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정상인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은 성과가 나온 데에는 박 교수팀이 개발한 새로운 면역조절항체(MD-3)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실험 자료에 근거해 이 원숭이들이 앞으로 1~2년을 지나 평생 부작용 없이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제1형 소아당뇨병은 물론 제2형 성인당뇨병 환자들에게도 질병에서 벗어나 완치의 길로 갈 수 있는 치료법을 제시하게 돼 당뇨병환자들에게 희망을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새로운 면역조절항체 원천기술이 골수이식이나 줄기세포 치료에서도 새로운 국면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박 교수는 "이 치료법은 사람의 간이나 콩팥 등 다른 장기이식의 부작용도 크게 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골수 이식도 가능하게 해 의학 발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타인의 줄기세포에 대한 면역 거부를 억제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줄기세포를 자유롭게 이식받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이는 현재 줄기세포 치료법 연구 방향의 대전환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췌도는 인간의 췌장 가운데 섬 모양으로 존재하는 내분비선 세포의 집합체로 인슐린 등의 호르몬을 분비해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돼지의 췌도이식만이 소아 및 성인 당뇨병의 유일한 치료법으로 여겨지고 있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 25일 의학 및 면역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 실험의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지난주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된 '2011 세포이식학회-세계이종이식학회 합동회의'에서도 혁신적인 연구로 큰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11월 4일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연구진이 참석한 가운데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데이터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